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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다더니…'방탄국회'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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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두 가지 상반되는 장면이 교차했다. 이해찬 총리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반수를 훨씬 넘겨 손쉽게 통과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창달(사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놓고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 간에 격론이 벌어졌고 끝내 부결됐다. 여당 의원 일부도 반대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격론 끝에 부결된 체포동의안=이날 표결에 앞서 수사의 적절성과 형평성 등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 간에 격론이 오갔다. 앞서 한나라당은 율사 출신인 주호영.김재원 의원 등을 내세워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민주당은 자유투표를, 민주노동당은 당론 찬성을 결정했다.

박창달 의원은 표결에 앞선 신상발언에서 "통상적인 지역구 활동으로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 줄 알았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감정이 복받친 듯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진 질의에서 주 의원과 김 의원은 강 장관을 상대로 "본인을 상대로 수사도 안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특히 김 의원은 "수사기관 사람이 나에게 '싱크대 밑에 바퀴벌레가 있는데 일부러 잡으려고 안을 뒤지지는 않겠지만 밖으로 나오면 잡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며 "이런 식의 법 적용이라면 국회의원 누구나 '바퀴벌레'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불체포특권은 결코 가볍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호영 의원은 "박 의원의 혐의가 문제가 된다면 국회의원 누구도 똑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박 의원을 감쌌다.

이런 한나라당의 공세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인지 286명이 표결에 참가, 찬성은 121표에 불과했고 반대가 156표나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빼고도 30여표가 더 나왔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부결 직후 성명을 통해 "우리당 의원들이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저버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우리당은 앞으로 의원실명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불체포특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은 1995년 민주당 박은태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16대 국회까지 28건이 상정됐으나 모두 부결됐다.

◇무난히 처리된 총리 임명동의안=이날 투표에는 289명이 참가, 200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84표였다. 반대표 중 10표는 우선 민노당에서 나왔다. 민노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이 총리후보자가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는 데 항의하는 뜻에서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나머지 70여표의 반대표는 한나라당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에 앞선 의총에서 자유투표를 결정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예상대로 당론 찬성을 정했다. 민주당도 당론으로 찬성키로 했다.

◇朴의원의 혐의는=2002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선거법상 금지한 국회의원 사무소를 설치.운영했고 선거운동원 네명을 고용해 홍보활동비로 5160만원을 준 혐의다. 지역의 각종 행사에 참석해 '잘 부탁합니다'라고 인사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갑생.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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