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산다]전북익산에 전수관마련 국악인 조통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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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그동안 타향을 떠돌며 언젠가는 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리라고 가슴에 묻었던 꿈을 50여년만에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양지바른 고향 언덕 이곳 전수관에서 이제는 후학들을 길러내 판소리의 새로운 요람으로 꾸며보고 싶습니다.

" 약관 15세에 전국의 내로라는 소리꾼들을 물리치고 장원을 차지했던 소년명창. 이후 13번의 전국명창대회서 줄곧 1등을 차지한 타고난 소리꾼. 아쟁.거문고.가야금과 고전무용등에도 두루 능통한 국악인 趙통달 (본명 東奎.54) 씨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와 전북익산시금마면동고도리에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그의 삶은 휘모리의 한 가락처럼 언제나 바쁘고 황망하기만 했다.

45년 익산황등에서 태어난 趙명창은 어릴때 고향을 떠났다.

그의 친이모이자 당대 최고의 소리꾼중 한사람이었던 인간문화재 박초월 (朴初月) 명창의 양자로 들어가 판소리를 전수받고 국립창극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갖가지 공연기록을 세우며 국내.외로 눈.코 뜰새없이 바삐 뛰었다.

90년대 초반부터 6년여동안은 전남도립국악단을 맡아 튼실한 반석위에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악단 재계약 문제로 잡음이 일고 마침 이곳에 짓고 있던 전수관이 완공되어 올 6월 마침내 고향으로 왔다.

"아직 힘이 남아 있을때 더 늦기전에 돌아가 내 고향의 국악계 재목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리라 다짐했습니다.

" 전수관은 대지 4백여평에 건평 1백여평규모. 2층으로 지어져 연습실 뿐아니라 숙박시설까지 갖췄다.

주말이면 서울.대구.광주등 멀리서 찾아 오는 제자들이 많아 이들이 쉬어갈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판소리.가야금등 국악 전반에 걸쳐 전문 국악인을 길러내는 것은 물론 일반시민들에게도 국악을 배울 수 있는 터전으로 이 전수관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20~30명의 학생들을 모아 바탕소리.단가등 기초부터 시작해 가야금병창.농악.무용까지 국악의 총제적인 것을 차근차근 가르쳐 보고 싶습니다.

" 이와함께 趙명창은 판소리의 세계화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미국내 대학에 판소리학과를 설치키로 하고 현지 관계자들과 협의하기 위해 지난 15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또 교회의 복음성가를 창으로 만들어 보급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미 몇개를 시험곡으로 만들어 놨다.

趙명창은 현재 전북대 한국음악과 교수로 있으면서 전남대와 백제예술전문대, 멀리는 대전 목원대까지도 출강하고 있다.

익산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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