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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 되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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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순신 장군이 권율 도원수 진영 으로 가는 길에 아침을 먹었던 산청군 신등면 단계천변 추모공원. 지금은 방치되고 있다. [김상진 기자]


경남 산청군 신등면 단계리 단계천. 황매산에서 발원한 하천을 따라 둑이 끝없이 이어진다. 백의종군을 하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413년 전 합천 초계에 주둔하던 권율 도원수의 진영으로 가기 위해 걸었던 길이다. 장군은 난중일기에서 하동에서 걸어오다 단계천에서 아침을 지어 먹었다고 적었다.

현재 신등면 소재지 단계천변에는 이순신 장군 추모공원이 조성돼 있다. 경남도교육청이 1997년에 세운 백의종군 추모탑과 유리상자에 들어 있는 거북선 모형이 썰렁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경남도는 방치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를 복원한다.

<위치도 참조>

도는 사업비 47억원을 들여 백의종군로 복원공사를 이달말 착공, 올해 말 끝낼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도는 이미 백의종군로 복원을 위해 경남개발공사와 전문가들로 이뤄진 실시설계를 마쳤다.

경남도내 백의종군로는 하동 악양∼산청 단계천∼합천 초계 (권율 도원수 주둔지)∼산청∼사천 곤양∼하동 옥종∼진주 수곡까지 161.5㎞다. 백의종군로는 국도와 지방도 119㎞와 마을도로 29.5㎞,산길 13㎞로 이뤄진다.

이 구간에는 당시의 상황과 난중일기에 나오는 내용을 적은 102개의 안내판 설치된다. 장군이 하루이상 묵은 손경례의 집(진주시 수곡면 원계리)과 이희만의 집(하동군 옥종면 청룡리), 이사재(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이어해의 집(합천군 율곡면 낙민리)응취루(사천시 곤양면 두모리)등 5곳은 당시 모습대로 복원된다. 잠시 쉬었던 청수역(하동군 옥종면 정수리)과 강정(하동군 옥종면 청룡리)도 복원한다.

장군이 남해 전황을 살핀 뒤 돌아가면서 손경례 집에서 머물면서 냇가에서 말달리고 군사를 점검하던 진배미(진주시 수곡면 원계리)도 정비한다.

도는 백의종군로 시발지와 종착지 역할을 하는 하동구간(74.5㎞), 합천 권율 도원수 진영으로 가는 진주구간(2㎞),남해노량으로 전황 조사가던 산청구간(30㎞)과 합천구간(37㎞), 사천구간(18㎞) 등 5개 권으로 나눠 정비한다.

도는 백의종군로 전 구간을 장군의 충절을 생각하는 ‘명상의 거리’, 당시 역사를 되새겨 보는 ‘역사의 거리’등 5개 테마로 나누기로 했다.

또 백의종군로를 전남쪽과 잇기 위해 전남도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들이 경남도를 방문해 자료를 가져간 상태여서 전남도 구간도 곧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백의종군로가 준공되면 걷기대회와 자전거 대회, 청소년 수련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다.

김종임 경남도 이순신 프로젝트 담당은 “벌써 39사단과 진해 해군부대에서 장병들의 극기훈련 코스로 잡겠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장군의 나라사랑과 겸손을 배우는 길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백의종군로=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 직에서 박탈당한 뒤 1597년 3월 4일 서울 의금부에 투옥돼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감형돼 백의종군 하기위해 권율 도원수 진영(합천)으로 가던 길을 말한다. 관직을 박탈당하고 흰옷을 입은 채 생활한다고 해서 백의종군이라 부른다.

장군은 그해 4월 1일 출옥한 뒤 아산→공주→삼례→남원→구례를 거쳐 5월 26일 경남 하동군 악양면 이정란의 집에 도착한다. 6월4일 초계 권율부대에 들어와 7월 18일까지 머물다가 우리 수군의 대패소식을 듣고 전황을 살피기 위해 하동 옛노량까지 간다. 돌아오는 길에 8월 3일 진주 수곡 손경례의 집에서 삼도수군 통제사 재임명 교유서를 받고 구례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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