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익는 마을]10.낙안 사삼주…금주령에도 명맥 이은 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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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전남순천시낙안면은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장소다.

조선시대 임경업 장군이 쌓았다는 낙안읍성 (樂安邑城) .길이가 1.4㎞인 석성 (石城) 내 4만1천평의 땅은 지금도 조선시대를 끌어안고 있다.

고을 수령이 호령하던 동헌, 한양 양반이 머무르던 객사, 서민들이 살던 1백8채의 초가.

이곳에 들어서면 사극 촬영장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

낙안은 예전부터 '인심이 좋아 즐겁고 (樂) 물산이 풍부해 편한 (安)' 곳이었다.

이런 까닭에 낙안은 흉년으로 전국에 금주령이 내렸을 때도 술이 끊이지 않았다.

일제시대 이전까지 낙안사람들이 즐겨마시던 술은 사삼주 (沙蔘酒) . 사삼이란 바로 더덕이다.

사삼주는 더덕과 찹쌀로 발효한 술. "낙안이 83년 사적으로 지정돼 성문누각.동헌등이 복원되는 것을 보고 낙안 고유의 술을 찾게 됐죠. 사삼주는 순천대 식품공학과 교수진의 자문을 거쳐 탄생한 술입니다.

" 낙안민속양조대표 박형모 (73) 씨는 84년부터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90년 첫선을 보인 사삼주의 내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낙안민속양조는 낙안읍성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50년전 낙안읍성에 와 터를 잡은 신천우 (74) 씨의 초가는 마을노인들이 모여 사삼주를 마시며 그들의 울분을 달래기에 바쁘다.

"민속마을이란게 뭐다요. 귀경 (구경) 온 사람들은 좋지만 우리들은 집을 고치지도 못하고 파는 것도 힘들고 헛것이여. 1년에 한번씩 초가를 가는 것도 큰짐이고. 그렇다고 보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4대째 낙안읍성에 사는 박의준 (80) 씨는 사삼주 한잔에 그동안 쌓인 울분을 털어놓는다.

"시방 손님 앞에서 무슨 소리다요. 낙안읍성내 큰 샘물은 마실수록 얼굴이 예뻐지고 마음씨가 고와진다는 물이다 말이시. 그 물이 바로 사삼주의 뿌리랑께. " 신천우씨는 낙안의 물자랑에 열을 올린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낙안읍성관리소장 이승진 (47) 씨. "어르신네들. 그동안 순천에 살았지만 내년 봄에는 이곳에 살러 옵니다.

함께 살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구요. " 낙안읍성 가가호호에 붙은 '주인 허락을 받고 들어가세요' 라는 문패. 낙안읍성은 사람이 안사는 눈요기 민속촌이 아니다.

주민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면서도 과거를 그대로 간직한 민속마을이다.

송명석 기자

[사삼주는…]

▶특징 = 술 색깔이 갈색으로 술병을 열어놓으면 더덕향이 강하게 풍긴다.

알콜도수는 14도로 소주와 맥주의 중간.

▶재료.효능 = 찹쌀로 고두밥을 만들고 더덕을 잘게 잘라넣어 보름동안 숙성시켜 만든다.

사삼주는 거담.강장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숙취가 없는 술로 알려져 있다.

▶가격.문의 = 1만 (7백㎖)~2만원 (1천㎖) .아직 대량생산이 안돼 연간 생산량이 9천ℓ에 불과하다.

낙안민속양조 (0661 - 54 - 2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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