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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한국경제]6.첨단산업 진출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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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차세대 2차전지 개발은 기술축적 없이 만만하게 넘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최소한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장치산업이기도 합니다.

중복투자로 출혈경쟁이 뻔한데도 15개 이상의 업체들이 한꺼번에 너도 나도 해외기술을 앞세워 뛰어들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전지업체 서통의 한 관계자는 최근 2차 전지사업 마구잡이 진출에 걱정이 태산이다.

2차 전지사업은 첨단중에서도 첨단으로 꼽히는 분야. 노트북PC.휴대전화등 정보기기의 숙제인 경박단소 (輕薄短小) 화의 대전제가 바로 이 분야다.

이 분야에는 현재 전지업체인 로케트전기와 서통 외에도 삼성전관.LG화학.대우전자.한화종합화학.한일시멘트.효성생활산업.청전에너테크.경원산업등이 뛰어들어 업체별로 월 1백만~4백만개의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그룹.고합그룹.성우그룹과 한국타이어.SKC등도 생산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일제히 생산에 나서면 국내 수요의 서너배를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 업계가 관련특허를 연간 1천건씩 출원하며 일찍부터 세계시장 선점에 나서 수출면에서도 우리업계의 처지는 어지간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년도 안돼 사업을 포기해야 할 판인 발신전용전화 '시티폰' 업체들은 요즘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 3월 첫선을 보였던 때만 해도 하루평균 3천5백명씩의 가입자를 맞느라 업체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개인휴대통신 (PCS) 상업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발길이 뚝 끊겼다.

수도권지역 시티폰업체 서울이동통신의 최상빈 (崔尙彬) 이사는 "지난 5월에는 전월대비 가입자 증가율이 1백31%, 6월 55%에서 PCS가 등장한 지난달 17%로 곤두박질했다.

60만명은 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데 현재 가입자 17만명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 이라고 걱정했다.

시티폰업체들은 "PCS가 계획보다 빨리 시작된 것이 큰 타격이 됐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업체를 너무 많이 허가한 것이 문제였다" 고 말했다.

시장개방에 대비한 국내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정확한 예측없이 한꺼번에 11개나 무더기로 허가해준 결과라는 것이다.

시티폰시장에 서리를 몰고온 PCS업계도 중복.과잉투자라는 곱잖은 시선을 받긴 마찬가지다.

올 연말께면 PCS 3사의 기지국 수는 모두 7천5백여개에 이르게 된다.

기지국 하나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약 4억원, 따라서 3조원 가량이 투자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심한 경우 반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정확한 예측없이 한꺼번에 11개나 무더기로 허가해준 결과라는 것이다.

시티폰시장에 서리를 몰고온 PCS업계도 중복.과잉투자라는 곱잖은 시선을 받긴 마찬가지다.

올 연말께면 PCS 3사의 기지국 수는 모두 7천5백여개에 이르게 된다.

기지국 하나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약 4억원, 따라서 3조원 가량이 투자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심한 경우 반경 1백m 안에 기지국이 3개나 들어서는 낭비는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정보통신분야의 이같은 출혈경쟁.중복투자는 이 뿐이 아니다.

올해 서비스에 들어간 신규통신사업자는 시티폰.PCS를 포함, 주파수 공용통신 10개사, 국제전화 1개사, 무선데이터통신 3개사등 모두 26개 업체에 달한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까지 투자되는 사업들이다.

자칫하면 대규모 자원낭비가 국가경제 전체의 경쟁력에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는 규모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 정홍식 (鄭弘植)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대외시장 개방에 대처하기 위해 경쟁체제 도입이 불가피했다" 며 과잉중복투자 비판에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염용섭 (廉庸燮) 연구위원은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했다 할지라도 적어도 2~3년정도의 시차를 두고 사업자를 허가해 주었어야 했다" 고 정책집행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같은 무작정 첨단정보통신 러시는 정부의 책임만도 아니다.

확고한 사업계획과 타당성 검토없이 유망사업이라면 말뚝부터 박고 보자는 식으로 뛰어든 기업들의 책임도 크다.

현재 2개 업체가 생산하는 PCS전화기는 내년초 13개 업체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에 따라 내년초에는 PCS 전화기 홍수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과잉생산→출혈경쟁의 악순환이 뻔한데도 갈데까지 가고 마는 우리 업계의 오랜 타성이 여기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너도 나도식 첨단산업 러시현상은 기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벤처열풍에 편승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우후죽순식 벤처단지 조성사업이 또 다른 자원낭비와 시행착오를 예고하고 있다.

통상산업부가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15개 시.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 서울시등 7개 지자체가 9개 벤처빌딩을, 인천시등 10개 지자체가 11개 벤처기업 전용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좀더 넓은 안목에서 첨단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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