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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어도 뜨거웠던 동서양 음악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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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김지영의 ‘밀회’를 연주한 레이첼(오보에(左)).김지현(가야금 병창(中)).요요마(첼로).

첼리스트 요요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요즘 불경기의 여파로 공연 표가 잘 팔리지 않는데도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매진에 가까운 실적을 보였다. 독주나 협연 무대가 아니고 낯선 민속악기들과의 만남인 데다 거의 국내 초연곡이었는데도.

요요마는 솔직하고 신사적인 무대 매너에다 문학적 상상력마저 담아내는 연주, 여기에 실크로드를 음악으로 복원하려는 거시적 안목까지 갖췄다. 그는 앙상블 멤버에다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예술감독 겸 리더, 음악회의 사회자로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동.서양 음악의 만남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악기와 음악 문법이 충돌한다. 그래서일까. 이번 프로그램 중에서 창작의 모양새를 갖춘 것은 김지영(한국)의 '밀회', 자다춘(중국)의 '채색된 사막의 풍경', 프란기즈 알리 자데(아제르바이젠)의 현악4중주 '무감 사자히'등 3곡뿐이었다. 나머지 곡들은 민속음악을 약간 가공(편곡)한 것 또는 '날것'이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가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한 것만 해도 의미가 큰 공연이었다. 오보에.첼로.가야금 병창을 위한 '밀회'에서 요요마는 첼로 몸통을 손으로 두드리며 고수(鼓手)역할까지 해냈다.

가야금 병창에 어울리는 선율을 오보에.첼로가 곁에서 도와주면서 풍부한 음색을 빚어낸 작품이다. 듣기엔 수월했지만 전통음악을 새로운 창작을 위한 영감의 원천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전통의 재현에 충실했다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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