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유해산소] ‘세포 테러범’이 무서워 하는 것 걷기· 자전거 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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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산소라는 용어 들어보셨나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도 비슷한 의미로 쓰이죠. 유해산소의 정반대에 있는 것이 항산화 성분입니다. 유해산소를 없애는 물질을 가리킵니다. 유해산소는 흔히 노화의 주범으로 통하죠. 만성질환의 90%는 유해산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위장 장애·두통·피로·무력감 등에서 백내장·심장병·뇌졸중·동맥경화·신장질환·관절염·치매·암 등에 이르기까지 정말 ‘오지랖이 넓은 녀석’입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몸의 배기가스=호흡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온 산소는 혈관을 따라 몸 구석구석으로 퍼집니다. 이때 산소가 건강에 늘 이로운 존재만은 아니에요. 우리가 마신 산소는 숨을 쉬거나 음식을 소화시켜 에너지로 바꾸는 도중 불안정한 상태로 변합니다. 이것이 유해산소입니다. 들이마신 산소의 2∼5%는 유해산소로 변해요.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는 “기름이 주입된 차량에서 배기가스가 나오듯 음식을 먹으면 부산물로 유해산소가 발생한다”며 유해산소를 ‘신체의 배기가스’라고 비유했습니다.

노화 부르는 주범= 인체의 노화 과정은 흔히 시소에 비유돼요. 한쪽엔 유해산소, 다른 쪽엔 이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 놓여 있습니다. 젊을 때는 시소가 팽팽한 균형을 이룹니다. SOD·글루타치온 과산화효소 등 몸에서 생성되는 강력한 항산화 효소 덕분이죠.

그러나 SOD의 생성량은 20대를 정점으로 서서히 감소합니다. 나이가 들면 유해산소 쪽이 점점 무거워져 시소가 기울게 됩니다.

적게 먹으면 유해산소 감소=‘젊음의 시소’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데는 SOD 같은 강력한 항산화 효소의 보충(섭취)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합성 SOD가 개발 중이지만 몇 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유해산소 생성 억제하기, 다른 하나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 섭취하기입니다.

유해산소 발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소식(小食)입니다.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합니다. 마찬가지로 인체의 연료인 음식 섭취를 줄이면 유해산소 발생량이 대폭 감소합니다.

과격한 운동은 삼가야=운동은 유해산소의 생성을 늘립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걷기·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등에 땀이 약간 밸 정도로 즐기면 체내에서 항산화 효소의 분비가 늘어나 유해산소를 제거해 줍니다. 무산소 운동이나 과도한 운동은 유해산소의 양산에 기여해요.

강남차병원 가정의학과 최준영 교수는 “체력이 감당하기 힘든 운동을 하면 산소·영양분이 근육의 요구량만큼 공급되지 않는다”며 “이때 산소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감지해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 유해산소”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타민의 에이스’=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황환식 교수는 “항산화 식품은 유해산소를 없애고 유해산소의 공격을 받아 손상된 세포를 수리해 준다”며 “이는 빨·주·노·초 등 컬러 푸드에 풍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항산화 성분은 무슨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비타민의 에이스로 통하는 비타민 A·C·E, 체내에 들어가 비타민 A로 바뀌는 베타카로틴이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이에요.

비타민 C와 E는 시너지 효과를 나타냅니다. 딸기에 아몬드를 올려 먹는 것은 이런 점에서 훌륭한 간식거리라고 여겨요.  

복식·영양제 등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항산화 성분

비타민 A: 면역력 강화. 육류나 물고기의 간에 풍부

비타민 C: 흡연으로 인한 DNA 손상 억제. 풋고추·포도·딸기 등 신선한 과일·채소에 풍부

비타민 E: 동맥경화·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유효. 호두·잣·아몬드 등 견과류, 곡류의 씨눈, 식물성 기름에 풍부

셀레늄: 지방의 과산화를 막아 세포의 기능 손상 예방. 육류의 내장·해산물·버섯·양배추·효모 등에 풍부

카로티노이드: 식물성 식품에 든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 베타 카로틴(당근·고구마·시금치·호박 등 녹황색 채소에 풍부)·라이코펜(토마토·수박 등 붉은색 식품에 풍부)·캡사이신(고추의 매운맛 성분)·푸코잔틴(미역·녹색 채소에 풍부) 등

키토산: 게 껍데기에 함유된 키틴이 주성분

타우린: 지방의 과산화를 억제해 세포막의 손상 방지. 염증의 진행 억제. 문어·오징어 등에 풍부

자료=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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