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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동전 한일 공방…일본상인 한국은행에 '도안바꿔라' 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국의 5백원짜리 동전을 둘러싼 한.일간의 말썽이 급기야 일본상인과 한국은행 사이의 편지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의 5백원짜리 동전이 일본에서 절도에 이용되고 있다.

이 동전의 무게나 도안을 바꿔라. " (일본인 상인) "한국이 일본보다 6개월 먼저 5백원짜리 주화를 만들었으니 일본측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 (한국은행) 일본 미야자키 (宮崎) 시에 사는 오야마 가즈타카는 최근 한국은행에 보낸 질의서에서 "최근 일본에서는 자동판매기에 5백원짜리 동전을 넣은뒤 물건을 사지 않은채 바로 반환버튼을 누르고 5백엔짜리 동전을 꺼내가는 절도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며 한은과 한국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5백원짜리 동전의 테두리 부분을 잘 마모시키면 깜쪽같이 5백엔짜리로 둔갑한다는 것. 문제는 두 주화의 값어치가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환율은 1백엔당 약 8백원. 때문에 이런 수법의 절도행각으로 일본의 자판기 설치업소는 건당 30만~70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간 한국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오야마는 이에 따라 5백원짜리 동전의 무게를 6.3g으로 줄이고 도안을 바꾸는 한편 새로운 동전이 만들어질 때까지 해외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5백원짜리 주화의 중량이나 도안을 변경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 (약 6백억원) 등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이 아니다" 며 "한국 외국환관리규정상 8백만원내에서 원화의 해외반출이 허용되기 때문에 5백원짜리 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전의 반출을 금지하는 것도 어렵다" 고 답신했다.

한은은 특히 "한국이 5백원짜리 주화 발행을 결정한 시기는 81년 1월8일로 일본 각의 (閣議)가 5백엔짜리 동전 발행을 승인한 날 (81년 6월30일) 보다 앞선다" 고 말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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