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오지 사진 담은 김수남저 '변하지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오지 (奧地) 탐험은 요즘 유행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가 됐다.

허나 이보다 훨씬 전인 85년 아시아의 오지에 발을 들여놓은 사진작가가 있다.

바로 김수남 (49) 씨다.

사라져가는 아시아 소수민족의 문화 원형을 찾는 작업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12년동안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등 아시아 11개국 소수민족을 찾아 다닐때면 그들의 삶과 의례를 꼭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최근 그가 펴낸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석필刊) 는 그동안 아시아 오지 탐방작업의 결산. 현대문명에 더럽혀지지 않은 인간의 신성 (神性) 을 확인하는 각고의 땀방울이 배어 있다.

인도네시아 숨바.일본 오키나와.인도 라다크.미얀마 만딜레이.베트남 메콩 삼각주등을 돌며 그곳 민족의 삶과 죽음, 결혼과 탄생을 둘러싼 전통의식들을 살펴보고 그곳 사람들과 맺은 인연들을 글과 사진으로 풀었다.

뻣뻣해진 시체의 관절을 부러뜨려 일부러 앉은 자세로 만든 뒤 천으로 둘둘 말아 고인돌 속에 밀어넣는 숨바의 장례식, 남자는 얼씬도 못하는 오키나와의 입무식 (入巫式.우리의 신내림굿과 비슷함) , 남자가 찹쌀밥 덩어리를 품고 있으면 여자들이 달려가 마음에 맞는 짝의 찹쌀밥을 빼어 먹는다는 중국 구이저우 (貴州) 의 배우자선택등 인간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낸 문화의 독특한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 풍습도 다채로와 메콩 삼각주의 중부 산악지대에 사는 라데족은 대표적인 모계사회로 신부가 신랑집에서 살아본 다음 황소나 쇠고기로 몸값을 지불하고 신랑을 데려온다고. 각 지역에 얽힌 한편의 글과 사진 뒤에 여행경로와 가볼만한 곳, 날씨등을 알려주는 '나의 여행 수첩에서' 를 붙여 현지를 가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매우 유익한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생생한 사진과 글을 통해 마치 직접 여행한듯 다른 민족과 다른 문화를 체험하며 민속학적.인류학적 지식까지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 김씨는 70년대 우리나라 국토를 훑으며 굿판을 카메라에 담아 '한국의 굿' (전20권) 을 펴낸 사진작가로도 유명하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