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절기 건강, 면역력 키워주는 향긋한 쑥떡·쑥국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7호 15면

4월 5일(식목일)은 한식(寒食)이다.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은 설·단오·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찬밥을 먹는다’는 한식의 절기 음식은 쑥떡·쑥탕 등 쑥을 재료로 해 만든 음식이다. 쑥은 봄나물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온다. 음력 5월 단오에 채취한 것이 약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쑥은 옛날부터 한방이나 민간요법의 약재로 널리 쓰였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다. 한방에선 쑥을 ‘애엽(艾葉)’이라고도 하며, 성질이 따뜻해 양기를 보충하는 약재로 친다. 먹으면 손발이나 복부가 따뜻해진다고 보기 때문에 손발이나 아랫배가 찬 냉증 환자에게 쑥 섭취와 함께 쑥뜸 치료를 권한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에도 “속을 덥게 하고 냉을 쫓으며 습(濕)을 없애 주는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또 몸이 데워지면 혈액순환이 잘된다는 이유로 한방에선 ‘쑥=혈액순환 개선제’로 여긴다. 생리불순·생리통·자궁질환 여성에게 처방되는 이유다. ‘생리 때마다 여드름이 생긴다’고 호소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쑥이 권장된다. 생리 전후 여드름이 심해지는 것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탓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궁에 어혈(瘀血·뭉쳐 있는 피)이 몰리면서 따뜻한 기운이 하체로 내려오지 못하고 위로 치솟아 얼굴에 여드름이 돋는다는 것이다.

민간에선 코피 등을 막는 지혈제나 설사약으로 쑥을 이용했다. 코피가 멎지 않으면 쑥을 태운 재를 콧구멍에 붙였다. 설사가 오래 지속되면 쑥 우린 물을 마시라고 권했다. 말린 쑥 한 줌과 생강 한 뿌리를 물(600mL)에 넣고 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푹 달인 쑥물을 하루 세 번 마시면 좋다는 것이다.

쑥은 간 건강에도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을 일부러 망가뜨린 실험동물에 쑥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간의 손상이 줄어들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쑥에 든 항산화 성분(유해산소 제거)이 간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조상이 한식에 청명주를 즐기면서 쑥떡·쑥국을 함께 먹은 것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활의 지혜라 볼 수 있다.

영양학적으론 칼슘·철분·비타민 A·비타민 C·식이섬유가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쑥에는 특히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

‘환절기 감기 예방과 봄철 피부 보호에 쑥이 이롭다’고 보는 근거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서다. 특히 면역력을 강화하고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는 쑥 80g만 섭취해도 하루 필요량을 거의 충당할 수 있다. 게다가 비타민 A는 열에 강한 편이어서 쑥을 조리하는 도중에도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쑥이 파란 것은 엽록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쑥 고유의 색깔을 오래 유지하도록 하려면 데치기 전에 소금물에 살짝 담그는 것이 요령이다. 일부 음식점 등에선 소금 대신 소다를 넣어 쑥의 색깔을 보전한다. 소다가 우리 건강에 특별히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소다를 첨가하면 쑥에 함유된 비타민 B가 대량으로 파괴된다. 또 쑥이 물러져 질감도 떨어진다(오산대 식품조리학과 배영희 교수).

우리 선조에게 쑥은 삶의 애환이 깃든 채소다. 봄에 먹을 게 떨어지는 춘궁기엔 쑥국·쑥떡·쑥죽 등이 식사 대용이었다. 춘곤증에 입맛이 달아났을 때는 쑥인절미·쑥떡·쑥굴리·쑥전·쑥단자·쑥버무리·쑥된장국 등이 훌륭한 식욕 촉진제였다. 맛이 쓰고 향이 강한 쑥은 음식의 단독 재료로 쓰기엔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쑥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은 쑥튀김이 거의 유일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