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팡질팡 지하철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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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분당신도시를 만들면서 93년말까지 완공하겠다고 약속했던 분당선전철의 완전개통이 자꾸 미뤄지고 있다.

건설을 맡고 있는 철도청은 94년 1단계구간 (오리~수서) 개통이후 세차례나 연기해온 2단계구간 (수서~선릉) 공사를 또 다시 연기해 2001년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릉~왕십리간 3단계구간은 2003년에나 완공돼 분당선전철은 당초 약속보다 10년이나 늦어지게 됐다.

그동안 이제나 저제나 하고 개통을 기다리던 분당 주민들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철도청측은 개포지구의 역 추가설치 요구로 실시설계 변경이 필요하고 지하공사의 어려움때문에 공기가 지연됐다고 밝혔으나 이를 납득할 시민들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지하철 건설공사에 예측하지 못한 난관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수개월 차이고, 더구나 3단계구간은 아예 착공조차 못하고 있으니 철도청측의 무성의와 무책임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전철계획의 난맥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분당주민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에게도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는 분당선은 당연히 수도권전철 종합계획 차원에서 차질없이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그러나 정부는 신도시사업의 부속사업 정도로 일을 벌이는 바람에 서울지하철 3호선과의 연계구간만 가까스로 완공하고 나머지 구간은 늑장을 부리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수도권전철망의 건설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철도청으로 3원화된 운영체제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높다.

분당선이 다른 서울지하철과 달리 유독 파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같은 교통수단을 두고 책임주체가 분산돼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전철은 이제 3기지하철 건설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노선 확충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개선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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