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 논란 증폭되는 김대중총재·김종필총재 연합 합의문…5후보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통령선거전에 새로운 쟁점이 등장했다.

DJP (김대중.김종필연합) 합의문에 대한 헌정질서 문란 시비다.

앞으로 대선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을 끄는 최대 쟁점의 하나로 갑자기 부상했다.

대선후보들이 30일 한자리에 모인 문화일보 창간 6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후보들은 이 문제로 독설을 주고 받았다.

면전에서 "청산대상" 이란 공격이 쏟아졌고 "기적의 창출" 이란 방어가 이어졌다.

이날의 주제어인 '21세기 리더십' 은 뒷전으로 밀렸다.

논전은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李총재는 3金정치를 "지역감정과 부정부패, 밀실에서의 권모술수와 야합" 이라고 맹비난한 뒤 "내각제가 필요하다면 즉시 해야지 대통령을 2년반하고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헌정질서를 우롱하는 야합정치가 아닐 수 없다" 고 몰아세웠다.

그는 "정치인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목표 하나로 헌법체제까지 마음대로 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며 DJP연합을 헌정질서 파괴로 규정했다.

그는 또 "국정을 책임지는 주요자리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해야된다" 며 "가신을 등용하거나 신세 갚기식 자리배정이 돼서는 이 나라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이라고 말해 DJP가 현정권의 우 (愚) 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 (李총재는) 양金이 민주화투쟁하고 있을 때 편안하게 출세한 사람" 이라며 "3金의 도움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3金을 매도할 수 있느냐" 고 반박했다.

金총재는 DJP단일화를 "기적의 창출" 이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27일 야밤 비밀회동이 '밀실정치' 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비판을 희석시키기에 애를 썼다.

그는 "단일화과정을 계속 공개하고 합의문을 발표하는데 어떻게 밀실정치냐" 고 공박했다.

그는 DJP연합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연합" 이라고 규정하고 "5천년 한국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이해관계를 초월한 첫 결단" 이라고 자찬했다.

그는 "일당정치를 끝내고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게 됐다" 며 정권교체가 민주화의 최우선 가치임을 강조했다.

金총재는 또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만 정권을 잡는 것이 목표인 정당에서는 세계적인 관행" 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할 수 있느냐" 고 李총재를 공격했다.

그는 "우리당은 김대중총재를 야권단일후보로 지지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金총재는 DJP단일화의 명분을 설명하기보다는 이를 "순리이고 섭리" 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의 재공격이 이어졌다.

그는 "내각제를 집권을 위한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탄받아야 한다" 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나라에서 내각제는 정치불안을 가중시키고 금권정치의 폐단이 현저해진다" 며 대통령 4년중임제로의 개헌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는 비난의 강도를 더 높였다.

"이번 대선은 3金정치의 연장을 위해 내각제 음모를 추진하는 '헌정파괴세력' 과 국민적 합의로 이뤄낸 대통령제를 지키려는 '헌정수호세력' 간의 역사적 대결이 될 것" 이라고 했다.

그는 "60%이상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 내각제를 담보로 일부 세력이 야합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의사를 거부한 행위이며 납득할 수 없는 배신행위" 라고 비난했다.

신성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