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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수연기사 짚어보니…주현·김용건 등 웃기는 변신 '신 전성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고조된 긴장과 갈등의 허를 찌르고, 분위기를 완화시켜 숨통을 틔워 주는 푼수. 많은 '연기파' 배우들의 이력에서 푼수연기 장면이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념이 다소 비껴가지만, 70년대 드라마 '여로' 에서 아씨를 홀로 사모하던 '영구' 장욱제의 바보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여로' 를 전후로 브라운관에서 홀연히 사라진 장욱제의 연기신화는 심형래에 의해 재연될 정도였다.

한때 국회의원이었던 이낙훈은 70년대 후반 당시 TBC드라마 '그건 그려' 에서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한 배금주의자 '찰리 백' 으로 이름을 날렸다.

적당히 모자라는 얼간이, 구수한 촌놈으로 이름을 날린 연기자는 백일섭. 처음해 본 '말더듬이' 역이 히트를 치면서 한때 '팔불출' 시리즈를 영화로 찍기도 한 그의 연기는 90년대 들어 '아들과 딸' 의 '홍도야 우지마라' 로 다시 한번 장안의 화제가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푼수연기는 연기자들의 이력을 바꿔 놓는 데 한몫 톡톡히 한다.

'오박사네 사람들' 의 코믹연기로 인상깊은 오지명은 연기생활 초기에는 액션연기가 대부분이었다.

변신의 계기가 된 것은 79년 드라마 '엄마, 아빠 좋아' 의 이혼한 외과의사역. 이어 81년 '사랑합시다' 의 소아과의사를 거치면서 전문직의 익살스런 아버지역은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그의 코믹연기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90년 '서울뚝배기' 는 또다른 연기자 주현에게는 연기생활 20년만의 히트작이다.

“지가요… 했걸랑요” 하는 서울사투리로 왕년에 주먹깨나 쓰던 껄렁한 역할을 재미나게 그려낸 것. 18년동안 '전원일기' 에서 김회장댁 참한 아들 노릇을 하던 김용건은 94년 '서울의 달' 에서 제비 박선생으로 변신한 이래, 아예 코미디프로로 나섰다.

'서울의 달' 에서 카페마담역으로 푼수연기를 보여준 윤미라가 77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었던 걸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왕년의 멜로드라마 남녀주인공들이 '푼수짓' 으로 연기의 새 단계를 개척하는 모습은 나이든 시청자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재미다.

'별은 내 가슴에' 의 박원숙, '목욕탕집 사람들' 의 윤여정에서 '꿈의 궁전' 의 이응경, '짝' 의 홍진희까지. 푼수구경은 안방의 한 즐거움이 되어왔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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