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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호수 부영영화 막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996년 2월 브라질의 카루아루에 있는 신장투석 전문병원에서 1백26명의 환자에게 구토.간기능 이상 등의 원인모를 집단중독 증세가 나타나 이중 55명이 두달에 걸쳐 사망했다.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신장투석에 사용한 물에서 호수에 사는 남조류 (藍藻類)가 생성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가 발견됐다.

물 공급업자가 남조류가 발생한 수원지에서 취수한 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채 물탱크로 운반해 간단히 염소소독을 거친 후 병원에 공급했던 것이다.

남조류는 부영양화돼 수질이 나쁜 호수에서 여름에 서식하는 식물플랑크톤으로 수면에 뜨면 녹색을 띠므로 녹조 (綠潮) 현상이라 부르고 있다.

바다가 붉게 물드는 현상을 적조 (赤潮) 라 부르는 것에 대비해 통용되기 시작한 용어다.

붉은색이 아닌 초록색을 띠고 있기에 겉보기엔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독을 품고 있는 위험한 물이다.

바다의 적조가 독소를 가지고 있어 어패류가 죽고 사람이 죽기도 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호수의 남조류가 독소를 갖는 것은 아직 널리 인식되지 않고 있다.

가축을 방목하는 호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축이 죽는 피해로 인해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선 10여년 전부터 녹조현상이 심화됐으며 뚜렷한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그동안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외국의 예를 보면 브라질에서 사람이 죽은 사고 외에도 영국 병사가 카누 훈련 도중 물에 빠져 호숫물을 마시게 돼 입원한 예라든지, 정수 (淨水) 과정의 부실로 인해 수천명의 마을주민이 집단중독을 일으키는 등 사고 예가 많으며, 정수하지 않고 호숫물을 음용수로 사용하는 중국의 마을에서 간암 발생률이 높다는 역학조사 결과도 있고, 목장의 가축이 집단폐사한 예는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원지가 거의 모두 부영양화돼 여름에 남조류가 서식하며 물이 녹색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수원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호수에서 남조류 독소가 검출되고 있어 이젠 남의 일이 아니다.

남조류가 발생하는 호수에선 정수하지 않은 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경보를 발령하는 체제가 필요하며, 정수과정에서는 조류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활성탄을 사용해 완벽한 고도정수처리를 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

정수과정의 개선뿐만 아니라 남조류 발생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남조류 발생을 일으키는 부영양화의 원인은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하는 인 (燐).질소.유기물 등의 오염물이 호수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들 물질 자체는 독성이 없고 생물성장에 도움되는 비료성분이지만 호수에선 해로운 조류를 번식시키고 수질을 악화시키는 간접적 원인이 된다.

이중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은 동물의 배설물에 다량 포함돼 있다.

사람은 하루에 1g의 인을 배설하고 돼지는 25g, 소는 40g 정도의 인을 배설한다.

농경지에 뿌려지는 비료에도 인이 포함돼 있어 홍수기에 농경지에서 유출되는 흙탕물에도 많은 양의 인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대형 수원지는 유역에 산림이 많고 인구가 적은 중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인의 근원을 비교하면 축산분뇨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부영양화의 첫째 원인이다.

그외에 밭에 뿌리는 비료의 양도 해마다 늘고 있어 두번째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 인분은 대부분 수거돼 분뇨처리장에서 처리되고 있으나 축산분뇨는 사실상 처리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일부는 퇴비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것도 폭우때 많이 유출되며, 남는 분뇨는 아무 곳에나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삼천리 분뇨강산' 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자체가 축산분뇨의 수거처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비료 사용량 감소를 위한 계몽과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상수원 호수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일부 도시하수처리장 시설만으로 안주하지 말고 호수유역 비점오염원의 총체적 관리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범철 <강원대 교수.호수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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