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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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은 지난주의 국정감사에 이은 제2라운드 '대선 공방전' 이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맞부닥쳤으나 새로운 사실의 폭로가 없는 탓인지 긴장도는 다소 떨어졌다.

*…대정부질문 첫 주자로 나선 이규택 (신한국당) 의원이 질문의 대부분을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난에 할애하자 국민회의 의원들이 삿대질과 고함을 지르는등 소동이 빚어져 결국 20여분만에 정회에 들어갔다.

李의원은 金총재를 '부정축재자' '건강자료 공개 거부자' 라며 성토했다.

특히 李의원이 金총재를 "군번없는 병역 기피자" 로 몰아세우자 국민회의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이 정신병자야" "도둑×" "개××" 등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李의원의 발언을 저지하려 했다.

박상천 (朴相千) 원내총무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저지시켜달라" 며 정회를 요청. 순식간에 본회의장이 수라장으로 변하자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은 여야 총무들을 불러 협의한 뒤 정회를 선포했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신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 야당측과 맞상대할 '절대병력' 이 부족하게 됨에 따라 이규택의원 발언으로 잠시 소란이 빚어진 것을 제외하면 원만히 진행됐다.

여당 의원들은 고작 40여명이 참석, 대정부질문을 지켜봤으며 그나마 야당 의원들의 질문 때에는 대부분 자리를 비우는등 당내 문제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눈치였다.

국민회의 이해찬의원이 "이회창총재와 그를 따르는 철부지들" 이라는 표현을 쓰자 신한국당측 의석에서 한두마디 비난이 나왔는데 국민회의 의원들의 '서슬퍼런' 반격에 더이상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고건 국무총리등 출석 국무위원들은 여야가 뒤바뀐 듯한 질문공세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신한국당측이 " (비자금 재수사 지시를 하지 않는다면) 총리.법무장관은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 고 묻고 국민회의측이 "검찰과 법무장관을 협박하지 말라" 고 두둔한 대목에서 총리실 관계자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어안이 벙벙해 했다.

총리실의 한 직원은 "오랫동안 답변 작성에 참여해 왔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 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이 확연히 다른 만큼 우리는 아무래도 청와대의 입장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고 속사정을 토로했다.

전영기.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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