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비자 문턱 더 낮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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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입국비자 취득조건이 종전보다 완화된다.

다음달부터 국내 3백대 무역회사 임직원및 가족들은 주한 (駐韓) 미국대사관 영사와의 인터뷰 없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몇년 동안 미국 입국비자를 받는 데 질려버린 한국인들로서는 오랜만에 접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입국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는 한해에 미국 여행자가 50만명이 넘는데도 이 많은 사람들이 마치 미국에 눌러앉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입국허가 여부를 심사하는 미국의 정책이 옳지 않다는 데서 시작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으로 1백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안겨주고 해마다 10억달러 이상을 미국 관광에 쏟아 붓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자발급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자존심과 체면이 짓밟히는 일이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한.미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우려 때문에 하루빨리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할 일이다.

그래서 유럽국가들과처럼 한.미간에도 비자면제 협정이 체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측은 비자면제대상국이 되려면 발급거부율이 2년 연속 2% 미만이 돼야 한다며 그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여 왔다.

그러면서 비자발급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등 비효율성과 문제점이 드러나며 미 정부에 대한 국내여론이 악화되자 완화책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기에 무역회사 임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비자심사절차 완화조치만으로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

무역회사의 임직원과 가족이라 해봐야 해마다 50만명을 넘는 일반여행자에 비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비자 취득의 번거로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여행자의 동향에서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27.6% 증가했지만 캐나다 관광객은 44.7% 증가한 사실을 미국은 눈여겨봐야 한다.

특정집단이 아니라 일반 한국인을 상대로 비자발급의 문턱을 낮춰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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