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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예감' 만화같은 얘기에 삼각관계…우연의 남발로 재미 반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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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성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식으로 성공에 몸바치는 여자. 다른 하나는 그 성공하는 여자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여자. 실제 세상이야 어떻든 적어도 MBC월화드라마 '예감' (김진숙 극본, 이승렬 연출) 의 '신성화장품' 안팎은 그렇다.

공장에서 화장품 외판일을 하며 야간대학에 다니는 주인공 유림 (이혜영 분) 이나 유림이 성공의 모델로 삼는 본사의 상품기획실장 세영은 첫번째 유형의 인물. 반면 유림이 밤새 만든 세미나 자료를 빼돌려 골탕먹이는 외판동료나 고졸학력의 유림이 연구원 준섭 (감우성 분) 과 사귀는 걸 못마땅히 여겨 안하무인격으로 구는 본사 연구원은 두번째 유형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주인공 유림은 냉혹한 세영과 달리 주인공답게, 흡사 '캔디' 같은 품성을 지녔다.

괴로워도 슬퍼도 울고 주저앉는 일 없이 착한 마음으로 참고 이겨내면서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만화같은 설정의 드라마는 마찬가지로 만화같은 얘기를 퍼뜨린다.

그것은 '여자의 적인 여자' '여자의 성공을 돕는 남자' 라는 검증되지 않은 신화다.

무슨 일에도 미소로 답하는 '천사표' 남자친구 준섭은 화장품에 관한 지식을 전수해주는 교사이고, 선대 회장의 외손자란 사연으로 느닷없이 이사직에 중용된 경민 (손지창 분) 은 유림을 주목하고 틈만나면 도와줄 기회를 노린다.

드라마속 세상은 이렇게 유림의 편과 적으로 나뉘어 회사일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유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주목한다.

그러나 카메라의 시선이 좀더 자주 주목하는 것은 짧은 치마 아래로 가늘게 뻗은 유림의 두 다리. 아무리 학교 때 육상선수였다지만 제법 굽있는 구두를 신고도 지칠줄 모르고 내달리는 유림의 모습은 신데렐라와 계모와 왕자를 변형시킨 인물 설정 이전에, '예감' 에 대해 더 근본적인 의문을 떠올리게 한다.

저렇게 악착같은 생활을 감당할 만큼 '성공' 은 직장여성, 아니 직장인들의 절대적인 가치일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직업군을 한층 다양화시킨 '예감' 의 공로는 꿈을 향해 노력하는 유림을 미화하면서, 성공에 야심없는 동료들을 비하하는 순간 상쇄되고 만다.

드라마 '예감' 이 전제하고 있는 '성공지상주의' 는 비록 사악한 것은 아닐 망정 '드라마는 감각적인 재미를 주어야 한다' 는 트렌디 드라마의 강박관념 만큼이나 상투적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지금은 그 상투성을 즐기는 시청자마저도 유림의 성공에 발판을 놔주기 위해, 준섭 - 유림 - 경민의 삼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연한 장치가 남발되는 데 슬슬 짜증을 내지 않을까 싶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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