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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짜고 친' 공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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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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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경제부 기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새 수도 후보지 네곳에 대한 평가결과 공개에 앞서 열린 마지막 공청회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추진위가 지난 21일 공개한 '신행정수도 건설기본계획 시안'을 놓고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추진위는 이틀 전 똑같은 내용으로 대전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개회사를 맡았던 강용식 한밭대 명예총장에서부터 발제자(이규방 국토연구원장)와 7명의 토론자가 모두 충청지역과 연고가 있는 인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청회는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결의 대회'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8일 신행정수도추진위가 사법부와 입법부의 이전 방안을 담은 '주요 국가기관 이전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불거진 '천도(遷都) 논란'은 이제 수도 이전 자체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단계로 진전됐다.

여러 여론 조사에서도 수도 이전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국민투표를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회에서 이 문제를 재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신행정수도추진위는 이 같은 상황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도 이전을 전제로 한 각론 모으기만 계속하고 있다. 각론 수준의 공청회를 잇따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진위 측은 "지난해 공론화를 거쳤고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실무를 맡은 추진위는 법에 정해진 일정대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 이전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적인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자칫 더 큰 갈등과 낭비를 부를 우려가 크다. 수도 이전이 정말 필요한지, 수도 이전으로 과연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국민의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추진위가 다음달 1일 후보지 평가 결과를 덜컥 공개해버리면 그에 따른 부작용과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장세정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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