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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너저분한 학교 누구 잘못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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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45회 TEPS 시험을 보기 위해 지정된 고사장 중 다소 익숙한 곳을 선택해 원서를 낸 뒤 시험 당일 그 학교로 향했다. 실내로 들어서면서 나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듯한 낡은 교실환경과 마치 공장 같은 컴컴한 복도며 침침한 계단을 보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학교는 학생들이 24시간 중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정서와 질서의식, 넉넉한 마음 등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이면서 그와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화장실에 들어선 순간 도무지 학교 화장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환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리모델링한 지 얼마 안 되는 듯 시설물은 모두 새것이었지만 좌변기의 어느 칸도 도무지 앉기 힘들 정도로 더러웠다.

명문대와 소위 잘나가는 학과 진학을 위해 온 가족이, 온 학교가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아이들에게 사소한 것일지라도 부담을 주는 것이면 학부모들이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 교사들이 바른 교육이념을 펼친다는 건 우리 교육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이런 답답한 현실보다 더욱 우리를 황폐케 하는 위기는 바로 교육하는 사람의 교육자적 가치관이 무너져 간다는 점이다. 교사는 하나의 직업인이기에 앞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라는 근본적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학교의 진정한 주인은 학생과 교사다. 이러한 주인의식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학생들에게 청소 하나 제대로 시킬 수 없는 교육현장이라면 이러한 현실에 대한 책임은 누구보다 교사에게 있다고 본다. 교사 스스로 내 학교, 내 교실, 내 학생이라는 의식을 잃어버린다면 나를 둘러싼 이 모든 것에 무심해지며 오로지 나의 권익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생계를 위한 직업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 잡다한 지식들을 넣어주는 것이 교육의 전부인 양 그것 하나에 목숨 걸고 바빠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은주 서해삼육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