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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Biz] ‘엔고’에도 술술 사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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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사케의 부드러운 맛에 빠진 이들이 늘고 있다. 사케는 고급일수록 차게 마시는 게 좋다. [중앙포토]


◆‘엔고’에도 식지 않는 인기

이 대표 같은 ‘사케족(族)’이 늘고 있다. 엔당 원화 가치가 1500원 안팎을 오르내리는 상황인데도 사케 수입량이 좀체 줄지 않는 연유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엔고 현상이 본격화한 지난해 11월에도 사케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133%가 늘었다. 올 2월 수입량도 전년 동기비 141% 증가했다. 반면 같은 외국산 주류인 와인의 올 1, 2월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36%, 21% 줄었다. 이마트의 윤덕원 주류바이어는 갾각 매장의 1, 2월 사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50% 늘었다. 이달 매출도 큰 차이가 없다갿고 전했다. 지난해 11월과 올 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주요 수입업체들이 사케 공급가를 잇따라 올렸지만 소비량이 큰 영향을 받진 않은 셈이다.

사케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건 2007년 말이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을 가 사케 맛을 본 사람이 늘었고, 진작부터 불어닥친 일류와 한데 어울리면서 일종의 문화 아이템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30세 전후의 직장인과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때맞춰 ‘이자카야’라는 일본식 선술집이 대학가와 서울 청담동압구정동 일대에 잇따라 들어섰다. 현재 사케를 취급하는 오뎅바사케바이자카야 등 일본식 주점 프랜차이즈 본부만 20여 곳에 달한다. 호텔 등의 고급 일식당에서도 사케 리스트를 늘리고, 일본 주 전문 안내인인 ‘기키자케시’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사케 수입회사인 젠니혼주류의 서정훈 사장은 “맥주소주위스키와인으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주류시장에 새 구색이 등장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적절한 도수, 깔끔한 뒷맛, 와인처럼 값과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격식은 덜 따지는 편안함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독한 술을 멀리하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사케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웰빙 술’이란 인식도 있다. 서 사장은 “4~9월은 사케 비수기인데다 엔고를 견디지 못한 일부 중소 수입업체들의 퇴출이 예상되지만 불붙은 사케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 만찬에 제격

사케는 비즈니스 만찬용 술로도 각광 받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전문업체인 넥솔론의 이우정 대표는 “사케는 점잖게 음미하며 마시기도 하지만 분위기에 따라 ‘원샷!’을 외치며 한번에 툭 털어 넣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도수는 낮지만 독주를 마시며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의 김미정 지배인은 “와인을 고를 때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듯이, 사케를 주문할 때도 직원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케는 종류에 따라 맛있는 최적온도가 다른 데다, 음식에 따른 선택도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케 입문서『사케 류』의 저자이자 와인나라 강남점장인 김소영씨는 “흔히 사케를 데워 먹는 술로 알지만, 고급주일수록 화이트와인처럼 섭씨 6~8도 정도 차갑게 식혀 마셔야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몇 안 되는 와인 소믈리에 겸 기키자케시이다. 그는 “일본이 사케를 세계 시장에 내놓을 때 가장 많이 공부한 것이 와인의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 기법”이라며 “사케도 와인처럼 저마다 사연이 있고, 라벨 하나에도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는 점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사케=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 쌀을 많이 깎아 알곡 중심에 있는 전분의 향을 최대한 살린 것이 최상품이다. 2000여 개 주조회사에서 저마다 특색 있는 제품을 만든다. 흔히 알려진 바와 달리 사케는 정종이 아니다. 정종은 일본 마사무네 집안의 국화주에서 유래한 일본 술의 한 종류다.

사케와 와인, 같은 점 다른 점

**같은 점

다양한 종류 : 종류양조장(제조자)만드는 법재료 등에 따라 맛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풍부한 스토리 : 양조장마다 자기만의 역사가 있다. 이름라벨 디자인 등에도 사연이 있다. 술만 주제 삼아도 다양한 대화가 가능하다

음식과의 조화 : 함께 나오는 음식과의 어울림이 중요하다. 각 나라의 음식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오감 자극 : 맛향빛깔 등을 총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비즈니스 만찬에 딱 : 첨잔이 가능하며 술을 주제로 편안히 대화를 풀 수 있어 사업상 만남에 적합하다

**다른 점

원재료 : 사케는 쌀을 재료로 해 물을 첨가하여 만든다. 와인은 100% 포도즙이다.

마실 때 온도 : 사케는 온도에 따라 맛향이 달라진다. 추천 온도가 있긴 하나 취향에 따라 마시면 된다. 와인은 종류마다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온도가 따로 있다.

일단 딴 술은 : 사케는 남은 술을 작은 병에 옮겨 한 달 이상 두고 마실 수도 있다. 와인은 오픈하자마다 다 마시는 게 좋다.

보관법은 : 사케는 세워 보관한다. 보통주는 제조일로부터 6개월 안에 마신다. 최상품은 관리를 잘 할 경우 15~20년도 보관할 수 있다. 와인은 눕혀 놓는다. 000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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