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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의 Wine&]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와인 수입 뛰어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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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백화점 바이어를 통해 VIP 선물용으로 쓸 프랑스 최고급 와인을 수소문했다. 때마침 SK네트웍스에서 1930년~70년대 보르도 1등급 와인을 수입해 시장에 내놓고 있었다. 백화점에 와인을 납품하던 수입업체 직원이 SK의 와인 리스트를 정 부회장에게 건넸다. 하지만 리스트를 본 정 부회장은 업체 직원을 호되게 나무랐다. 샤토 마고 47년산이 616만원, 샤토 라투르 59년산이 644만원 등 값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이렇게 비싸게 팔면 되냐며 몹시 화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급호텔의 한 소믈리에는 “수입 와인에 70% 가까이 부과되는 세금과 수입-도매-소매상으로 이어지며 붙는 유통 마진을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정 부회장은 이를 계기로 와인을 직접 수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조선호텔 등 계열사를 통해 유통 마진을 줄인다면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본 것. 그의 지시로 실무진은 사업성 검토에 나섰다. 급기야 1월 신세계와인컴퍼니가 탄생했다.

정 부회장은 와인 감별 능력부터 양조 지식까지 두루 갖춘 와인 전문가다. 평소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을 즐기며 샴페인에 대한 조예도 남다르다고 한다. 그처럼 와인 애정이 사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더러 있었다. 와인 수입업체 나라식품을 세운 이희상 한국동아제분 회장, 신동와인을 설립한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등이다. 이 회장은 와인 수입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 나파밸리에 포도밭을 사들여 현지에서 와인까지 생산한다.

중견기업 오너의 와인 사랑이 요즘은 대기업 오너로 옮겨 붙은 모습이다. SK의 경우 평소 와인에 관심이 많던 최태원 회장의 지시로 와인 사업부가 꾸려졌다. SK의 와인 사업은 현지 와인 선물(先物)시장에 뛰어드는 등 와인 투자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LG도 와인 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와인 애호가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LG트윈와인을 설립한 것. 그는 해외출장 때 맛본 와인을 실무진에게 직접 추천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트윈와인은 지난해 말부터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통해 다양한 와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는 허 화백과 친분이 두터운 구본무 회장의 작품이라는 게 LG 관계자의 귀띔이다. 와인21닷컴의 최성순 사장은 “시장이 작고 시간이 많이 드는 와인 사업은 오너의 열정이 없으면 힘들다”며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와인이 더 대중화되고 전체 시장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 주 발매되는 포브스코리아 4월호 참조>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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