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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선박 억류 해설…미국 초강경 고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 연방해사위원회 (FMC)가 일본 화물선에 대한 미국 항구 입항금지및 억류라는 초강경 조치를 취하고 나섬에 따라 양국간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보복조치가 결정된 지난 16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1백19.10포인트 (1.48%) 폭락했고 이어 열린 17일 도쿄 (東京) 증시에서도 닛케이지수가 2백38.86포인트 (1.35%) 나 떨어졌다는 사실도 이번 조치의 파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미.일 항로가 집중돼 있는 미국 서부 남캘리포니아 기선협회의 제이 윈터 사무총장이 "이번 제재조치는 다른 나라와 전쟁을 치를 때나 사용하는 처방" 이라고 표현했듯 FMC의 결정은 미.일 양측 모두에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당사자격인 일본 해운3사 대표들도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정부간 협상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조치가 발동된 것은 유감이라면서 "통관 거부와 억류는 전쟁 당사국을 제외하고 평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밝혔다.

FMC는 이번 조치를 통해 '본때' 를 보여주겠다고 작심한 인상이다. FMC는 일본 해사당국이 항만노조와 결탁, 일본 항구내에서의 사소한 작업변경 내용까지도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등 지나친 간섭을 한다며 규제완화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따라서 그들이 일방적으로 부과하기는 했지만 여하튼 일본 선박회사들이 통보받은 벌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칼을 빼듦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일본 선박회사뿐 아니라 미국측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막바지 하역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 유통업계는 "이번 조치가 유통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고 우려를 표명했다.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를 통해 통관되는 연간 1천7백억달러 어치의 물품중 일본과의 교역물량은 4백56억달러어치에 달하고 있어 이 항로가 폐쇄된다는 것은 미 서부지역의 상품유통망에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측이 준사법권을 가진 독립 연방행정기관인 FMC에 대해 보복조치의 시행연기를 곧바로 요청한 것도 그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만약 FMC가 백악관의 연기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클린턴 대통령이 보복조치의 발효를 막을 수는 있으나 이는 '국가안보에 합당하다' 고 판단될 경우로 한정돼 있어 앞으로 사태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도쿄 = 김수길·이철호 특파원

◇미.일 해운마찰 일지

- 96년 11월6일 FMC가 일본의 항만하역 노사관행인 '사전 협의제도' 개선을 요구. 일본 해운3사 컨테이너선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방안 발표

- 97년 1월29일 일본 '사전협의' 개선에 관한 제1차 협의회 개최

- 4월2~11일 워싱턴에서 미.일 해운협의

- 4월14일 FMC, 제재조치 발동기일을 9월4일로 연기

- 9월4일 FMC의 제재조치 발동. 미 항구 기항 일본선박 척당 10만달러 과징금 부과

- 9월12일 일 해운2단체, 운수성 조정안을 거부

- 10월10일~워싱턴에서 미.일 해운협상

- 10월15일 일 해운3사 9월분 과징금 지불불가 통보

- 10월16일 FMC, 일본 화물선에 대한 입.출항 금지조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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