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아 '눈높이 교육'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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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선생님, 이제 수학시간에도 겁안나고 조금씩 재미있어져요. " 2학기초 수학교과 '학습 부진' 으로 판별돼 급우 8명과 방과후에 매일 수학공부를 하고 있는 서울 C초등학교 5학년 K모 (12) 양. 한달반동안 학습부진아 프로그램에 참여한 K양은 지도교사인 김성호 (金星昊) 선생님에게 "수학에 자신감이 생긴다" 고 자랑한다.

이들처럼 교사들이 관심을 갖고 개별지도하면 학습능력이 회복될 수 있는 경우가 학습부진이다.

그러나 이들을 지속적으로 방치해두면 심각한 학력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학습부진은 지능지수가 낮은 '학습 지진' 이나 수리.언어등 특수영역에서 선천적 문제를 지닌 '학습 장애' 와 구별된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습부진에 대해 일반적으로 '아동의 지능이나 잠재적 인지 능력에 비추어 한, 두 과목 또는 전반적인 교과에서 자기 학년의 학습 기대 수준만큼 성취하지 못한 학력저하 현상" 이라고 설명한다.

교육부는 이번 학기부터 그동안 방치돼왔던 학습부진아 문제를 주요 정책과제로 정해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일선학교에서는 학습부진아를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학습부진아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곳은 초등학교 1백74개교, 중학교 3백15개교이다.

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학습부진아로 판별된 초등학생 수는 지난 4월 현재 서울시 전체 초등학생의 0.71%에 해당하는 약 8천9백여명 (국어 2천여명, 수학 6천9백여명) 이다.

또 중학생은 약 7천여명 (국어 3천여명, 수학 4천여명) 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학습부진에 대한 소극적인 개념을 기준으로 본 숫자라고 교육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학습부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나 판별하는 도구가 미흡한 가운데 단순한 읽기.쓰기.기초 셈하기 (3R's) 등 기초 학력의 미달이라는 협의의 개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각 교과별로 그 학년에서 기대되는 성취 수준에 미달되는 수준' 이라는 학습부진에 대한 보다 광의적 개념에서 본다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특히 개인 차를 고려치 못하는 과밀학급에서 우수 학생 편향주의로 운영되는 교육 풍토 또는 학습 결손에도 불구하고 자동 진급시키는 우리의 학교 환경과 제도적 여건이 학습부진아를 양산해 왔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처럼 학습부진 현상은 우리 교육의 질 향상과 정상화, 더 나아가서는 사교육비 증가등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학습부진아에 대한 개념 정립과 판별도구 개발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교에서 직접 판별도구와 교재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는 서울 장곡초등학교 김재광 (金在珖) 교장은 학습부진의 기준에 대해 "기초학력 미달보다는 국어.수학등 교과에서 자기 학년의 기대 학습수준에 미달되는 수준으로 하는 것이 학습 결손의 누적을 예방하는 길이 될 것" 이라고 말한다.

金교장은 "앞으로 모든 학교가 이같은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이 확산돼야 할 것" 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이나미 (李娜美) 연구위원은 "학습부진아로 판정된 학생들 중에는 어느 분야에서는 뛰어난 영재아들도 많이 있다" 며 "기초학력에만 촛점을 맞추는 현행 부진아 대책에서 벗어나 보다 구조적으로 많은 학생들의 학습결핍이 예방되며 개성과 재능도 살릴 수 있는 대안과 과감한 투자가 따라야만 할 것" 이라고 강조한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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