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한 현장! 스튜어디스를 만드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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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복 차림에 화장기 하나 없는 교육생들. 누군가를 만나면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며 배꼽인사를 한다. 이들은 아시아나 항공의 승무원 교육생들. 12주간의 교육을 무사히 이수한다면 정식 승무원이 된다.

이들에게는 앞으로 숙지해야 할 수 십 종류의 항공기에 대한 지식과 안전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 학원 등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새로운 교육은 암기부터가 어렵다. 더불어 수영, 사격, 호신술 등 안전운항에 필요한 실습교육까지 이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12주의 교육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오전 8시에 시작해 5시까지 이어지는 교육. 그러나 학습을 따라가기 위해 대부분의 교육생들은 오전 7시 20분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마감 역시 오후 6시 이후가 돼야한다. 한편 교육훈련센터에는 교육생들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교육생들에게 공포와 존경의 대상이다. 또한 이들이 없이는 절대 승무원도 탄생할 수 없다. 바로 교관이다.

군에 입대하면 교관과 조교들은 훈련병들과 24시간을 보낸다. 이곳 아시아나 교육훈련센터도 다르지 않다. 교육생들의 전 일과에는 교관이 있다. 교관은 학과 교관과 담임 교관으로 나뉜다. 항공관련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학과 교관들은 학과별로 다르다. 하지만 담임 교관은 교육생들의 조가 편성되면 수료식까지 함께 동고동락을 한다. 담임교관들은 각 반의 교육생들의 일거수를 면밀히 관찰하고 학과 교관들에게 평가 및 수업태도 등을 전달받는다. 또한 교육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현직 승무원. 즉 교육생들의 선배다.

“때로는 교관의 역할이 힘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교육생들의 힘든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거든요. 저 역시 같은 과정을 겪어봤기 때문에 교육생들의 어려움을 잘 압니다.”

비록 교관과 교육생의 관계지만 후배를 바라보는 김혜원 교관의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교육생들은 아직 미소와 인사가 어색해 보였다. 어설픈 배꼽인사와 '다 까'로 끝나는 어색한 말투는 보는 이가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빡빡한 교육일정만으로도 힘든 마당에 생활하나 하나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교육생들이 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들입니다. 아직 본인이 회사원이자 승무원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죠. 3개월이라는 교육기간 내에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승무원을 만들기 위해선 학습을 넘어 습관이 돼야합니다.”

교관이 되기 위한 과정은 어렵다. 비행경력은 최소 5년 이상이 돼야 하며, 최상위의 인사평가 및 업무능력까지 검증을 받아야 교관교육훈련에 지원을 할 수 있다. 교관교육훈련은 승무원의 기초 교육과는 다르다. 승무원 교육이 기초교육이라 한다면 교관이 되기 위한 교육은 더 심층적이고 전문적이다. 이 교육 과정은 국제 항공법으로 지정돼 있어 항공사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다. 또한 교관이 되어도 정기적으로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처럼 국제표준의 전문 교육을 받은 교관들이지만 교육생들 앞에선 언제나 부담감이 있다. 비행경력 10년차의 이정아 교관은 “남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감이 있지 않을까요? 교관들은 각종 교보재 사용이나 시범 등 교육훈련의 모든 면에서 교육생들에게 최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즉, 교관으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쉴 수 없는 거죠.”라고 말한다.

승무원들에게 교관은 멘토이자 롤 모델이다. 승무원이라는 한정된 집단에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동시에 책임져야하는 무게는 때론 집단의 성격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승무원의 입사 기수가 있어 선후배가 확실히 구분되고 실제 비행에선 14명이(747기 한정) 팀을 이뤄 각자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현장이다. 12주라는 기간이 지나 현장에 투입되면 더 이상 교육생이 아니다. 전문가가 돼야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장에서 본 교관과 교육생들은 마치 군대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교육생 한명 한명의 수업태도를 일일이 확인하고, 장단점을 꼼꼼히 메모하는 교관들에게 권위의식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이들은 교육생의 자랑스러운 선배이자, 승무원의 롤 모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훈련하고 있었다. “교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생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승무원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생들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교관들이 나서서 도와줘야죠.” 오늘도 이어질 김혜원 교관의 이런 다짐 속에 또 한명의 승무원이 태어나고 있다.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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