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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MP3, PMP … 변신에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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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을 삼성전자·아이리버와 함께 장악하고 있는 코원시스템의 김정균(42) 전무는 최근 표정이 밝아졌다.

지난해 말부터 무서운 기세로 판매를 늘려온 경쟁사인 미국의 애플이 제품 값을 일제히 올렸기 때문이다. 원화가치 하락 때문이다. 김 전무는 “글로벌 브랜드와 승부가 쉽지 않았는데 환율 덕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며 “일시적인 가격경쟁력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립 15년째인 코원시스템은 탄탄한 기술력과 품질로 경쟁이 치열한 휴대용 음성·영상 재생기기 시장에서 살아남은 대표적인 벤처 1세대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95년 LG전자 연구원 출신인 박남규(44·사진) 대표가 거원시스템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2003년 코스닥 등록 뒤 회사 이름을 영문명(cowon)에 맞춰 코원으로 바꿨다.

코원은 설립 초기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인 ‘제트 토크’를 국내에서 처음 상용화, 주요 PC업체에 납품한 것이 출발이었다. 이 회사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은 뒤이어 나온 음악·영상 등 각종 파일 재생 소프트웨어인 ‘제트 오디오’다. 탁월한 음질을 바탕으로 국내보다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졌다. 요즘도 해외에서 주력 제품인 MP3 플레이어 등을 판매할 때 회사 이름보다 ‘제트 오디오’를 만든 회사라고 소개하는 게 더 나을 정도라고 한다.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던 2000년 MP3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당시만 해도 MP3 플레이어 업체가 국내에만 수십 개가 있을 때여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이 많았다.

박 대표는 “후발 주자로서 시장에 자리 잡을 방법은 단 한 가지,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2~3달마다 각 업체에서 새 모델이 쏟아지던 당시 제품 기획에만 6개월을 투자한 끝에 나온 제품이 ‘아이 오디오’였다. MP3·라디오·비디오 재생 기능을 한꺼번에 갖췄다. 새로운 개념인 만큼 시장의 반응도 빨라 단시간에 코원은 MP3 플레이어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2006년부터는 장점을 살려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내비게이션과 동영상 재생단말(PMP) 시장에도 진출, 업계 상위권에 올랐다. 2003년 260억원 정도였던 매출은 2007년 954억원, 지난해에는 908억원 등으로 안정적이다. 원화가치 하락의 덕을 보고 있는 올해는 1000억원을 훌쩍 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설립 이래 한 해도 적자가 없는 안정적 경영도 강점이다. 코원은 최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단말(MID)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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