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대중총재 비자금 여론조사' 신한국당-국민회의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한국당은 울고 국민회의는 웃었다.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도 미소를 머금었다.

'DJ비자금 의혹' 폭로사건에 대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10월13일자 1, 4, 5면 참조) 김대중 국민회의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고,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후보는 조사기간인 8~11일 사이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李전지사는 약간 올랐다.

◇침울한 신한국당= 당내에선 온종일 실망감으로 술렁거렸다. 주류측은 풀이 죽었다. 기자들에게 "분위기가 이렇게 나쁘냐. 믿을수 없다" 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충격 만큼 걱정도 컸다. "당에 또 분란이 생길 것" 이라고 전망하는 李후보 측근 의원.특보들도 있었다.

물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쪽도 있었다.

김영일 (金榮馹) 정책조정위원장은 "비자금 폭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한 결과" 라며 "조만간 우리의 뜻을 이해하게 되면 李후보의 지지도는 올라갈 것" 이라고 자신했다.

한 당직자는 "검찰이 김대중후보에 대한 수사를 착수해 金후보를 검찰에 부르면 金후보는 필경 나오지 않을 것" 이라며 "그때는 국민이 김대중후보의 실체를 확실히 인식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 당직자는 여론조사에서 김대중후보의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74.6%나 되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한동 (李漢東) 대표는 13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비자금 문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면 대선승리가 어렵다" 며 긴장감을 불어 넣으려고 애썼다.

폭로전을 주도한 강삼재 사무총장도 여론조사 결과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듯 기자들에게 "당이 건곤일척 (乾坤一擲) 의 위기상황에 있다" 고 말했다.

비주류측 반응은 주류가 우려하는 대로였다. 비주류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한 의원은 "중앙일보 조사는 국민들이 우리당의 폭로배경.방식과 관련자료의 출처에 많은 의문을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며 "민심이 우리당과 李후보를 떠나고 있는 이상 위기타개책을 모색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李후보가 당을 위해 살신성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고 덧붙였다.

박찬종 (朴燦鍾) 고문과 서석재 (徐錫宰).신상우 (辛相佑).서청원 (徐淸源) 의원도 13일 함께 모인 자리에서 본지 조사를 화제로 삼았다고 한다.

여기에선 "섣부른 폭로전을 감행하는 바람에 위기를 자초했다" "이젠 李후보로는 어려운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는 등의 얘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회의= "이회창후보의 지지율 회복이 더이상 어려울 것" 이란게 야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국민회의는 가장 희색이다. 김대중 후보는 12일 저녁 대전에서 상경하는 기차안에서 결과를 보고받고 "승리를 확신한다" 며 폭로전 시작 이후 처음으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는 13일 기자회견에서도 "놀랍고 감격스러운 일" 이라며 "국민의 현명한 판단에 찬양과 감격의 말씀을 드린다. 신한국당이 이를 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관심이 정책대결로 모아지고 있다는 증거" 라고 장황하게 소감을 피력했다.

임채정 (林采正) 정세분석실장은 李후보의 하락에 대해 "특히 2차폭로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와 반대로 갔기 때문" 이라며 "DJ음해에 대한 정서적 식상함도 李후보의 이미지를 크게 거스른 것같다" 고 분석했다. 그는 "갈 길 못찾던 부동표가 DJ와 이인제로 갔다" 고 해석했다.

이해찬 (李海瓚) 의원은 "DJ의 안정감에 대한 호감의 표시" 라며 "이번 여론조사가 선거전을 TV토론등을 통한 정책대결로 되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 으로 전망했다. 국민회의는 때문에 향후 검찰수사, 신한국당의 3차 폭로등이 있더라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검찰수사등이 진행돼 장기화될 경우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자민련 역시 "폭로전에 대한 혐오감" "경제를 걱정하는 안정심리 역행 탓" 등으로 해석했다.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는 "여당의 이미지는 '국민안정' 인데 거꾸로 나왔으니 등을 돌린 것" 이라고 했다.

민주당 조순 (趙淳) 후보측과 이인제 전경기지사측은 각기 소폭의 지지율 상승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가시화된 것" 이라고 의미를 두었다. "검찰수사등이 계속되면 결국 DJ와 이회창후보 모두 지지율이 급락할 것" 이라고 전망,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김석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