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플레이보이'꿈꾸는 유호프로덕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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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가상의 연상(聯想) 게임 하나. “유호 또는 유호 프로덕션-”. “저질·외설!”. “딩동댕∼”. 이어지는 사회자 한마디. “우리 사회의 천덕꾸러기인 저질 비디오의 총본산…잘 맞췄습니다.”

“그래 마구 두들겨라. 나는 꿋꿋하다.” 지금 유호프로덕션 사장 유호(39·본명 유병호·사진)씨는 그러고 있다. 한술을 더 떠서 “미국의 ‘플레이보이’와 같은 종합 성인문화기업이 될 거다.” 실제 구체적인 계획도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는 요즘 극장용 35㎜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88년 ‘야시장’을 제작한 이래,비디오 영화만 고집해 오다가 처음 돌아선 셈이다. 제작비 5억원. 비디오 영화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돈이다. 유호도 이젠 ‘메이저’가 된 건가.

비디오 영화에 대단한 소신이 있어서 집착했던 것은 아니니까. 단지 제작비가 달려서 그랬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극장용 영화에 진출하는 것,그 역시 거창한 게 아니라 비디오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극장 개봉작’이라는 문구 하나만 붙으면 비디오 판매량이 50%이상 오락가락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면 된다.

영화 진출 첫 작품은 ‘성애의 여행 11-이탈리아편’. 연말쯤 이탈리아 현지서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외국에서 제작하는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표현의 자유’. 나중에 어떻게 되든 자유롭게 찍어보자는 것이다. 둘째는 엉뚱하게도 ‘이승희 신드롬’이다. ‘외국에서 벗으면 애국자,국내에서 벗으면 음란’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 유호라고 그런 ‘애국자’쯤 못될라고.

내친 김에 해외에서 장사까지 할 생각이다. 시장개척에도 자신이 있다. 헝가리에선 자신이 만든 ‘성애의 여행-헝가리편’이 이미 TV를 탔다. 그 와중에서 현지 업자들과 맺은 친분하며…. <관계기사 43면>

그는 음반업에도 진출한다. 역시 성인취향이다. 그렇다고 야한 옷을 입은 가수가 야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다. 성인이 좋아하는 트로트가요를 주로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가수는 옌볜 출신 한해연. 허스키한 음색이 매력이다. 한씨는 내년 상반기 ‘유호뮤직’ 창립과 함께 데뷔한다.

잡지도 만든다. 영화제작사답게 영화촬영 장면을 주로 실을 방침이다. 영화 뒷이야기나 배우 인터뷰 등도 담는다. 그래서 제목도 여배우란 뜻의 ‘액트리스’다.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세상 흐름과 호흡을 같이 하기 위한 것. 외국의 네티즌 공략에도 약효가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회원제로 운영하며 동영상·사진 등을 유료 서비스할 예정이다.

사업 다각화와 동시에 진행되는 고급화·차별화 전략이 성공하면 다음 순서는 브랜드 사업. ‘플레이보이’와 같이 속옷이나 성인용품에 ‘유호’ 로고를 부착하게 될 거란 얘기다.

유호씨가 이런의 야심의 청사진을 그린 이유는 도매금으로 저질판정을 받는 게 너무 억울해서다. 일만 터지면 그는 단순한 비난의 대상을 넘어 아예 총알받이가 됐으니까. 본인의 하소연. “더이상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으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단지 돈 문제만은 아니다. 원,자존심이 상해서….”

그런데 그는 정말 변신하는 걸까. 아직은 판단을 미뤄야 할 것 같다. 여전히 계속되는 덤핑판매 행위,또 ‘용의 국물’‘성감대3’에서 드러나듯 아직 진행 중인 자극적인 ‘제목 장사’등. 다시 그의 반박. “걱정 말라. 10년의 관행을 한순간 바꾸진 못한다. 곧 출시될 ‘연변연가’가 전환점을 이룰 것이다. 조선족에 사기를 치는 한국인의 추악한 모습을 고발한 작품이다.”

유호의 ‘성인 왕국’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진행방향과 결과에 대해선 ‘?’를 남기자. ‘!’라는 답을 고대하면서….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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