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주류 시장을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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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 시장 성장 가능
음주 행위보다 술 자체 음미하는 문화로 변화해


                          수석 몰트 마스터가 스코틀랜드의 본사 증류소에서 시향하고 있다.

인터뷰_로버트 힐 윌리엄 그랜드 앤 썬스 글로벌 홍보대사
싱글 몰트 위스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하지만 세계적인 고급 주류시장에서 조금씩 세를 넓혀가고 있는 전통있는 위스키다. 윌리엄 그랜트 앤 썬스의 글로벌 홍보대사 로버트 힐에게 들어보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이모저모와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주류 문화. <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

한국 위스키 시장과 한국 소비자의 특징은
- 1994년부터 한국을 오가며 변화하는 한국의 위스키 문화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봤다. 스탠다드급 위스키를 중심으로 바(bar)나 집에서 위스키를 즐기는 서구 문화와는 달리 이른바 ‘폭탄주’로 대표되는 한국 음주 문화는 가라오케,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위스키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마시는 행위 자체에 비중을 두는 듯 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소비 수준이 향상되고 소비자들의 취향이 고급화되면서 위스키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 그래서 한 잔을 마시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고, 질 좋은 술을 선택해 맛과 향을 음미하는 음주 문화가 점차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독특한 맛과 향을 추구하는 위스키 매니어들을 중심으로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밖에도 프리미엄 보드카, 샴페인, 데킬라 등 다양한 주류 또한 소비자들에게 점차 어필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 소비자들은 연산을 중시해 프리미엄급 이상의 위스키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성향은 슈퍼프리미엄급에 속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수 있는 요인이다.

세계 주류 시장의 트렌드는.
- 최근 세계 주류 시장은 트렌드는 ‘다양화’와 ‘프리미엄화’로 정의될 수 있다. 한국 시장의 변화에서 보듯 세계 시장 역시 지금까지 특정 지역에 국한되었던 진, 럼, 데낄라, 보드카 등 다양한 주류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최근 칵테일 붐이 일면서 베이스로 사용되는 진, 럼 등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남미 지역의 소비가 대부분이던 데킬라도 판매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글로벌화와 맞물려 더욱 짙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전세계 소비 트렌드인 가치지향적 소비 성향은 프리미엄 주류의 판매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인 싱글 몰트 위스키를 비롯, 다양한 주류들의 프리미엄 라인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추세다.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전체 위스키 시장, 또는 주류시장 전체의 성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제 위기 속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싱글 몰트 위스키의 강세 이유는.
- 앞서 언급한 세계적 주류 트렌드에 가장 근접한 주종이 바로 싱글 몰트 위스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화’는 주종의 다양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같은 주종 내에서의 세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독특한 맛과 향, 그리고 그 가치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프리미엄급을 넘어서는 슈퍼 프리미엄급의 가치를 지닌있는 술이다. 최고의 원료, 최고의 기술, 최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위스키로 남들과 다른 것, 최고의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특성 변화와 맞물려 매니어층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한국의 와인 열풍이 미칠 영향은.
-와인은 한국의 주류 문화를 변화시키는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즐기기 보다 마시는 행위 자체에 무게가 있는 한국 음주문화에서 술을 즐기는 방향, 즉 맛과 향을 즐기며 정보를 나누는 매개체로서의 음주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변화된 음주문화가 한국 음주문화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위스키를 마시는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싱글 몰트 위스키와 와인은 원료와 생산자가 명확한 점, 생산지의 자연 환경이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생산지역, 브랜드, 연산에 따라 제품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많다. 따라서 점차 변화해가는 한국인들의 취향에 지속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싱글 몰트 위스키만의 참맛은 무엇인가.
- 싱글 몰트 위스키의 참맛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품질에 있다. 15세기 후반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싱글 몰트 위스키는 이른바 그레인 위스키(감자, 옥수수,귀리 등으로 만든 위스키)에 일부 몰트 위스키를 섞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블렌디드 위스키와는 달리 100%몰트만을 사용해 한 곳의 증류소에서 소형 단식증류기(Pot Still)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해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12년산 블렌디드 위스키는 금방 증류한 그레인 원액에 12년간 숙성된 몰트 원액을 일부 섞어 만들 수 있지만 12년산 싱글 몰트 위스키는 12년간 숙성된 100% 몰트 원액으로만 만들어진다.12년 간의 인고의 시간과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한 장인들의 숨은 열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블렌디드 위스키와는 달리 싱글 몰트 위스키는 자신만의 깊은 맛과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적인 맛과 향은 생산에 사용된 피트와 숙성통, 증류방식 및 생산 지역의 환경 차이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 각각의 브랜드별로, 그리고 동일 브랜드라도 연산별로 매우 독특하고 색다른 개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풍미와 함께 자신에게 어울리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매우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싱글 몰트 위스키와 어울리는 한국음식은.
- 스코틀랜드에서는 식전이나 식후에 위스키를 마시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주로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경우가 많다. 양념갈비, 김치 등 매운 맛이 강한 한국 음식은 첫맛은 신선하고 상큼하지만 위스키 특유의 톡 쏘는 뒷맛과 드라이한 오크향이 특징인 글렌피딕 18년산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즐겨 마시는데, 특히 얼음을 한조각 넣으면 녹아 내린 얼음이 위스키의 도수를 낮춰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 좋다. 물론 삼겹살과 함께 마시는 소주도 최고의 조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TIP 싱글 몰트 위스키 제대로 즐기는 법
로버트 힐은 싱글 몰트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려면 전용잔과 물, 2가지면 된다고 한다.

1 싱글 몰트 위스키 전용잔을 사용한다
- 싱글 몰트 위스키의 독특한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전용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싱글 몰트 전용잔은 튤립 모양으로 입구가 오목하게 생겨 증발하는 향을 모아주는 역할을 해 싱글 몰트 위스키의 진한 향을 경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입구가 너무 넓으면 강한 향이 한꺼번에 올라와 향을 음미하기 힘들기 때문. 위스키를 전용잔에 1/5 가량 따라 마시기 전 잔을 기울여 향을 충분히 즐긴 다음, 10ml 정도의 소량을 입에 머금고 5~10초간 음미하면 부드럽게 혀에 퍼지며 점차 변화하는 맛과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2 소량의 물을 섞어 마신다
- 기호에 따라 소량의 물을 위스키에 섞으면, 알코올 농도를 낮춰 부담도 줄이고, 물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향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물 대신 얼음을 넣어 마실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얼음이 녹아 맛과 향이 시시각각 변화해 싱글 몰트만의 독특한 풍미를 경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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