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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4750억에 대투 인수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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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과거 3대 투자신탁사 중 하나였던 대한투자신탁증권이 하나은행에 최종 매각됐다.

정부가 하나은행으로부터 매각 대금으로 4750억원을 받는 대신 1조1400억원의 공적자금을 먼저 투입해 부실을 정리해 주는 조건이다. 또 대투가 과거에 팔았던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자산담보부증권(CBO) 펀드의 손실 3300억원 등도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정리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대투증권 매각 및 공적자금 지원안을 통과시켰다. 김교식 공자위 사무국장은 "그동안 3대 투신사에 총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매각 대금으로 1조4000억원 정도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정부가 넘겨받은 3대 투신의 부실자산을 팔면 1조1000억원 정도 더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3대 투신의 매각 후에도 부실 원인을 조사해 전.현직 임직원의 잘못이 확인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 투신 구조조정 마무리=외환위기 이전까지 국내 간접투자시장은 한국.대한.현대(옛 국민)투신 등 3대 투신사가 이끌어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쓰러지고 현대그룹이 분리되면서 3대 투신도 증권시장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3대 투신이 고객 돈으로 사들인 대우.현대그룹 계열사의 주식.채권이 휴지조각으로 변했거나 폭락했기 때문이었다. 손실을 우려한 고객은 앞다퉈 투신에서 돈을 뺐고, 투신은 고객에게 돈을 내주기 위해 닥치는 대로 주식.채권을 팔아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3대 투신의 붕괴는 간접투자시장의 위축, 증시의 장기 침체로 이어졌다. 정부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13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을 집어넣어 3대 투신의 부실을 정리한 뒤 매각키로 한 것도 이 같은 신뢰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였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체력을 회복한 현투증권이 2003년 푸르덴셜로, 한투증권이 올 초 동원금융지주로 팔린 데 이어 이번에 대투증권까지 매각됨에 따라 3대 투신의 부실 문제가 모두 정리됐다.

◆ 자산운용시장 춘추전국시대=앞으로 자산운용시장의 판도는 ▶국내 대형 증권 및 자산운용사▶외국계 메이저 금융사▶은행 계열사 간의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 증권사를 모태로 한 한투와 삼성투신, 은행을 모기업으로 한 대투와 KB자산운용, 외국계 푸르덴셜과 피델리티 등이다.

덩치 기준으로 업계 1위를 놓고 한투+동원투신(펀드 설정액 23조원), 대투(21조3000억원), 삼성투신(21조원)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KB자산운용(15조6000억원).푸르덴셜(10조8000억원)과 새로 진출한 피델리티 등 외국사가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신상품이나 투신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복합서비스 개발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다시 한번 중흥기를 맞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사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자산 운용규모가 2조원 이상인 업체가 전체 47개 회원사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거나 부동산.사모펀드 전문사 등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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