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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물경 18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삼성영상사업단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는 최근 만들어진 대작 뮤지컬의 성과를 다 합쳐도 부족할 만큼 완성도면에서 최고 수준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흔히 뮤지컬의 3요소라고 하는 춤과 노래.연기가 능란하게 조화를 이룰 뿐더러, 우리 뮤지컬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음향과 조명.무대 매커니즘의 운용등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 완벽에 가깝게 발휘되고 있다.

당초 이 작품의 제작엔 상당한 무리가 없지 않았다.

'뻔한 이야기' 란 점이 걸림돌이었다.

제대로 이 작품을 본 관객이 많지는 않지만, 원전인 '로미오와 줄리엣' 식 사랑놀이엔 이제 식상하기 쉽다.

비록 잘 갖춰진 플롯이라도 뮤지컬의 핵심요소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따분하기 그지 없는 일. 지금까지 우리 뮤지컬의 맹점이 구성외적인 요소들에 크게 좌우되었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당연했다.

다시 말해 '안봐도 본 것같은 이야기' 로 치부되는 작품을 어떻게 관객의 구미에 당기게 잘 포장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멋지게 성공했다.

브로드웨이 ( '왕과 나' ) 활동 경력이 있는 소프라노 최주희 기용은 '금상첨화' 였다.

주인공 (마리아) 으로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도해 드라마의 중심을 굳건히 잡아주었고, 여성 카운터파트 최정원 (아니타) 의 물불 안가리는 정열적 연기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 작품에 극적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둘의 맹활약도 코러스들의 뒷받침이 없었으면 결코 생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조.단역들의 춤솜씨는 단연 압권이다.

지금까지 그냥 브로드웨이 흉내를 내던 어색한 몸놀림이 아니라 완전 체화돼 폭발하는 힘을 발산했다.

이제 제대로 맛을 알고 있구나, 탄성이 날 정도다.

이런 다이나미즘은 두 깡패집단 샤크파와 제트파의 양자 대결구도 (갈등을 부추기는 가장 고전적인 플롯이다)에서 가장 빛났다.

이밖에 극장안 어디에서 들어도 1백% 전달되는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대사등의 음향,가급적 직접조명을 피하며 무대의 톤과 의상을 도드라지게 해준 조명의 수고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이는 전적으로 음향.조명 디자이너의 실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점은 앞으로 제작될 다른 뮤지컬에서 꼭 연구.참조해야할 부분이다.

'웨스트…' 는 국내 뮤지컬의 수준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충분히 예견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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