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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1세대 한대수 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포크1세대를 이끈 인물 한대수가 돌아온다.

오는 29일 오후7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유니텔 록콘서트 - 코리아니즘' 공연 (02 - 782 - 9798)에서 그는 17년만에 국내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산울림.사랑과 평화.전인권.부활.블랙 신드롬.크래시등 대중음악에 한 획을 그은 뮤지션들이 집결하는 이 콘서트에서 가장 선배격인 그는 마지막 순서로 나와 '물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 '에이즈 송' 등 옛곡과 신곡 모두 4곡을 부르게 된다.

이는 그의 23년째 미국생활중 80년 잠시 귀국해 드라마센터에서 약식공연을 가진 이래 17년만의 무대여서 포크팬을 비롯,가요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60년대말 당시 세계포크를 주름잡은 밥 딜런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 처음 포크록을 도입한 그는 경상도 사투리에 버터발음을 섞은듯한 투박하고 걸쭉한 창법과 당시로선 파격적인 신선한 가사로 트롯일색의 국내가요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69년 남산 드라마센터에 청바지차림으로 선 그의 데뷔콘서트에서 "장막을 거둬라/너의 좁은 눈으로/이 세상을 가보자" 로 시작되는 '행복의 나라로' 가 울려퍼지자 청중들은 일순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곧 통기타.맥주.자유로 상징되는 청년문화를 열어젖힌 서곡이 됐다.

그는 김민기.양병집등과 어울려 국내포크 1세대를 형성했고 뒤이어 송창식.윤형주등이 활약한 포크전성시대의 전위역할을 했다.

70년대초 암울한 시대상을 '물' 과 '고무신' 으로 함축한 '물좀 주소' '고무신' 등 2장의 앨범은 그를 포크의 선구자로 우뚝 세웠다.

그러나 우회적인 풍자 속에 숨어있는 저항적 메시지를 감지한 정부는 '고무신' 을 금지곡으로 묶었고 이에 절망한 한대수는 74년 돌연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뉴욕에서 그는 사진작가 생활을 하며 대단히 냉소적인 사진들을 찍었다.

삶에서 가장 자유롭게 소유해야할 꿈마저 '아메리칸 드림' 으로 정형화해 버린 미국인들의 갑갑한 일상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시인으로 등단해 잠언적인 시도 여러편 썼다.

그렇지만 본업을 팽개칠 순 없었던 듯 89년 일시귀국해 14년만의 3집 '무한대' 를 냈으며 1년 터울로 '기억상실' '천사들의 담화' 두 앨범을 추가로 냈다.

이 음반들에서 한대수는 70년대 노래들과는 전혀 다른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로큰롤에서 프리재즈.무조음악까지 넘나 들고 물소리.종소리등 음향도 여럿 섞여 전위적이며 몽상가적 냄새마저 풍긴다.

골수 포크팬이 들으면 "미국물 먹더니 변했다" 고 원망할지 모르지만 그의 관심은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사를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낼 지에 집중된 듯하다.

모처럼의 한국공연에서 선보이는 새노래가 '에이즈 송' 과 '노 릴리전 (무종교)' 이다.

지천명을 앞둔 나이 (48) 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극찬할만큼 깨인 감각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국내 음악인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않은 어어부밴드를 파트너 삼아 공연할 계획이어서 다시 한번 진보성 (?) 을 과시하고있다.

올해봄 신중현 헌정음반과 산울림 전집이 빛을 본데 이어 한대수가 국내무대에 서게되면 한국 대중음악사의 초석들이 세기말을 앞두고 한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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