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불법유통 현장]下.애매한 법적용 소비자 피해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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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요즘 웬간히 이름있는 구두가게에 가면 10만원짜리 이하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다.

K.S등 유명 제화업체들은 지난 봄 일제히 20%정도 소비자가격을 올리면서 물가상승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20~40%씩 할인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 할인폭만큼 값을 높게 매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 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할인판매된 상품권으로 구두사는 소비자들은 10만원짜리를 7만~8만원에 샀다고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제값 다 주고 사는 셈이다.

메이커들이 상품권은 싸게 팔면서, 소비자가에는 그만큼 '거품' 을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래 저래 소비자만 봉인 것이다.

'구두 정가대로 사면 바보' 란 말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품권으로 사는 많은 다른 제품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이병주팀장은 "상품권 불법 유통이 거품 가격을 조장하고 결국은 물가 상승까지 초래하게 된다" 고 분석했다.

여기다 과소비와 가격을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까지 야기한다는 것. 상품권 불법유통이 극성을 부리면서 매장 직원과 소비자간 마찰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과 소비자단체등에는 하루 10여건 이상의 고발이 들어온다.

상품권법에는 상품권은 상설할인매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액면가의 60%이상 사용하면 나머지는 현금으로 내주도록 돼있지만 환불이 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비자들의 이런 피해를 줄이고 거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이 파출소 주변 구두수선소에서 버젓히 팔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면서 "우선 핵심 연결고리인 불법판매소를 집중 단속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현행 상품권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다.

상품권법에 따르면 백화점이 상품권을 은행점포.가게등에 위탁 판매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발행허가 취소' 이 가능하다.

그러나 구두수선소.구멍가게등이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한 상품권을 팔 경우 법적용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발행업체가 할인 판매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단속이 곤란하다" 고 말했다.

때문에 중간 불법모집및 판매소들을 규제할 수 있는 강력한 법조항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인이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사서 이를 현금화하는 변칙대출을 막기위한 제도적 보완도 요구된다.

BC카드의 경우 70만원어치 이상 상품권을 신용카드로 구매하려는 고객에게는 카드사로부터 신용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지난 4월부터 상품권은 현금으로만 구매토록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 조치 이후 상품권 판매가 무려 1백50억원가까이 줄었다" 면서 "그렇지만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고 거래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당분간은 계속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김문환교수 (법학과.상품권법 전공) 는 "아예 위탁.할인판매를 허용, 중간단계의 시세 차익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 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부활 4년을 맞은 상품권이 새로운 신용 수단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제도 개선과 당국의 지속적인 지도.감독등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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