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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사고났죠?” “아이디어 좋네요” “3월 16일 기대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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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로로 쓴 한자 제호, 검정 바탕에 흰 글자의 제목, 고어와 한자가 섞인 문장, 세로로 내려 읽는 기사…. 14년 전 지면으로 만든 중앙일보 1면이 큰 화제가 됐다. 중장년 층엔 향수를 줬고 젊은 층엔 흥미로운 신문 공부 자료가 됐다.

독자들은 신문을 집어 들면서 놀랐고, 펼쳐 보고는 옛 추억에 잠겼고, 2개 면에 걸쳐서 소개된 신문 혁신의 역사를 보면서 베를리너판으로의 전환이 가져올 또 한번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

정경화(35·홍보대행사 부장)씨는 “가로쓰기에 익숙해져 있어 세로쓰기한 신문을 보니 너무 생소한 느낌이었다. 중앙일보가 시도한 가로쓰기 전환이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고 말했다.

김용배(55·피아니스트)씨는 “판 변화 또한 지금의 신문을 구식으로 느끼게 할 획기적인 변화 아니겠느냐”며 새 신문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주한 독일대사관 도필영 공보관은 “깜짝 놀랐는데 읽어보고는 참 멋있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젊은 직원들은 옛날 신문에 한자가 많아 읽기 어려워하더라”고 말했다.

언론학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윤영철 연세대 교수는 “판을 바꾼다는 메시지가 확실히 전달된 것 같다. 신문 편집과 디자인이 빠른 속도로 변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신문은 계속 변화해 갈 것이다. 베를리너판 중앙일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 허남우 편집부장은 “중앙일보가 앞서 가는 신문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감명을 받았고 우리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주문도 쏟아졌다. “내일자부터는 세로판, 첫 가로쓰기, 섹션 등 중앙일보의 과거 스타일을 이용해 신문 1~3면을 꾸며달라”(한정연·35·잡지사 기자) 는 요구도 있었다.

14년 전 1면은 갖가지 해프닝도 낳았다. 지면에 인쇄된 옛날 편집국 전화번호 751-5222로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바람에 현재 이 번호를 쓰고 있는 중앙일보 2.0추진단은 업무가 중단될 정도였다. 대부분 1면만 보고 “신문이 잘못 배달됐다”며 항의 전화를 해 온 분들이었다. 한 독자는 “신문을 보고 놀라서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며 “중앙일보에서 병원비를 책임져 달라”고 장난기 섞인 항의를 하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판을 바꾼다더니 이렇게 바꾸는 건가 싶어 전화했다”는 독자도 있었다.

제주도청에선 신문을 분류하는 직원들이 잘못 삽지된 면인 줄 알고 일일이 한 장씩 벗겨 치우는 일도 있었다.

박태희 기자

정치권 반응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예전엔 신문이 이런 식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이란 점을 기가 막히게 잘 보여줘서 아주 좋았다. 안에 이원복 화백이 정리한 것도 보기 좋았다. 신문 판형이 줄어드는 게 추세니까 중앙일보 지면이 깔끔하게 변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됐다.

▶김효재 한나라당 대표비서실장=처음에 보고 깜짝 놀랐는데 한 장 넘겨보니까 기획 의도를 알겠더라. 역시 중앙일보라 그런 아이디어는 앞서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판형 변화도 앞으로 잘될 것 같다. 보기 좋더라.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깜짝 놀랐다. 눈을 확 끄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다른 기자들도 모여서 다들 이게 뭐냐고 하더라.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신선했다. 옛날엔 그렇게 정치 기사가 많았구나 싶었다. 과거와의 변화가 잘 대비됐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아주 인상적이었다. 신문기자 할 때부터 중앙이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 섹션 창간했을 때 변화를 경험해 봤으니까 금방 이해가 되더라. 지금 신문이란 매체가 방송이나 인터넷에 비해 노출도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중앙의 시도는 고령 독자들의 눈길을 확 끌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다.

경제계 반응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10여 년 전 생각이 떠올랐다. 동시에 신문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신문을 보는 탓으로 신문이 뭐 그리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95년 신문과 비교하니 그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종환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옛날 판형으로 새 기사를 넣었는지 뭔지 헷갈렸다. 헷갈리게 했지만 눈길 끄는 데는 성공했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아침에 신문을 보자마자 ‘웬 일본 신문이 들어왔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자세히 보니까 중앙일보 95년 판이었다. 옛날 신문은 참 어지럽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채수웅 신한은행 홍보팀장=충격적이었다. ‘어 이게 뭐지’ 하고 일단 관심을 갖게 되었고. 뭔가 새롭고 신선하단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판을 혁신적으로 바꾼다는 홍보가 확실히 된 거 같다.

▶이민아 언스트앤영 비즈니스 개발 및 마케팅팀 대리=오늘 만우절인가 싶었다. 배달이 잘못된 줄 알았다. 만우절이면 더 히트했을 거다. 내용도 14년 전이고. 차라리 오늘 소식을 옛날 식으로 했으면 새롭기는 했을 거 같더라.

▶오용석 금감원 공보팀장=발상의 전환이 놀라웠다.

문화계 반응

▶고은 시인=1995년 지면과 오늘자 지면 비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오늘자 신문도 먼 후일에는 그런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끊임없이 시각의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2개 면을 벌려 하나의 기사로 커버할 수 있게 한다니 훨씬 심층적인 기사가 기대된다. 페이지를 넘기며 맥이 끊기지 않고 한눈에 뉴스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처음엔 오늘자 뉴스인 줄 알았다. 1면 사진으로 처리한 장욱진전 소식을 얼핏 보고는 ‘좋은 전시인데 열리는 줄 몰랐네 가봐야지’ 할 정도였으니까. 1면 표지도 옛 생각과 신문 디자인의 변화를 말없이 웅변해서 인상적이었지만 2면 만화 안내도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김용배 추계예대 피아노과 교수=대비 효과의 승리였다. 14년 전 익숙하게 읽고 있었을 1면이 이렇게 구식으로 보인다는 점이 확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그 당시 소식을 다시 읽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었다. 미국 유학 시절에 좋다고 느꼈던 섹션 신문을 한국에 돌아와 보니 중앙일보에서 하고 있었다. 판형 변화 또한 지금 신문을 구식으로 느끼게 할 획기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찬성한다.

학계·언론계 반응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신문을 보는 순간 ‘아,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산뜻해진 지면에 어울리는 신선한 콘텐트를 담기 바란다.

▶정동창 여행춘추 대표=1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 들었다. 베를리너판에서는 좀 시원시원하게 볼 수 있는 글씨 크기와 편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양지우 KBS 차장=TV에서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지 못한 프로그램은 대개 실패했다. 새로운 판형 변화를 앞두고 중앙이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김동률 KDI 언론학 연구위원=젊은 독자들에게 과거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하다. 한문과 고어·조판 등이 눈에 띄었다. 지난 시절의 신문이 어땠다는 점에선 ‘쇼킹’하고 의미가 있다. 베를리너판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 ‘와~ 옛날 신문이다’라는 느낌 때문에 상당히 화젯거리가 됐다.

▶박혜연 포도플라자 홍보담당=옛날 지면이 눈에 확 띄었다. 처음엔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잘못 온 건가 생각했다. 그러면서 뒤로 뒤집어서 한번 더 내용을 보게 됐다. 판을 바꿨다는 것에 대한 내용을 잘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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