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인 더 키친'호암아트홀서 10일부터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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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난해와 올해 국내무대에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강렬한 비트중심의 '스텀프' 와 '탭덕스' 식 실험적 뮤지컬 퍼포먼스가 곧 우리 손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극단 환퍼포먼스가 오는 10일부터 11월2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할 '난타 (NANTA) - 인 더 키친' 이 바로 화제의 작품이다.

이 공연은 소리와 리듬만으로 관객과 교감하려는 한국형 '넌버벌 (Nonverbal:비언어적) 퍼포먼스' 로 국내 타악의 원조격인 사물놀이의 가락과 리듬을 적극 도입, 세계시장진출까지 노리고 있는 야심작이다.

난타 (亂打) 는 권투나 야구시합에서 처럼 상대방을 '마구 두드린다' 는 뜻이다.

그러나 '난타' 의 무대는 야구장이자 권투경기장이 아니다.

부제로 붙인 '인 더 키친 (In The Kitchen)' 이라는 말처럼 '난타' 의 무대는 어느 대형 음식점의 주방이다.

때문에 스테이지는 각종 주방집기들로 가득찬다.

거대한 후드가 무대를 에워싸고 대형 팬이 무대 정면에서 돌아가며 싱크대와 냉장고를 비롯, 후라이팬.냄비.젓가락.숟가락.밀걸레.쓰레기통등 각종 주방기구와 도구들이 그곳을 가득 메운다.

무대 한쪽에선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고, 그 반대편엔 4인조 밴드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불판도 준비 돼 있다.

극의 기본 줄거리는 시종일관 주방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주방 청소중 난데없는 파리의 출현, 여자 요리사 나나양을 두고 벌이는 남자 요리사들끼리의 감정대립, 상모를 돌리며 요리 만들기, 실제로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요리대접 등 모든 사건들이 폭발적인 사물놀이의 리듬을 타고 전개된다.

악기는 당연히 사물 (四物) 이 아니라 젓가락.숟가락.칼.도마같은 주방기구들이다.

주된 리듬은 사물놀이의 삼도설장고 가락과 칠채등의 변주와 응용이다.

이런 가락의 무대화를 위해 사물놀이의 명인 김덕수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

김씨는 "사물놀이야 말로 리듬이 갖고 있는 원시적 폭발력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예술" 이라며 "창조적 응용을 통한 국악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전체적인 안무의 방향은 힘과 속도감에 치중한다.

출연자들은 사물놀이패 출신 이준우 (27).한재석 (27) 과 연극배우 김문수 (33).서추자 (24) 등 4명. 이들은 각각 모모.Mr X.바바.나나란 이름으로 등장, 개성연기에 도전한다.

이들은 국내무대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 "모델로 삼을 틀이 없는 것이 연기자로서 가장 큰 애로점" 이라고 말했다.

제작자인 송승환은 초연뒤 이 작품을 갈고 닦아 1.2년 내에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보이고 싶다고 한다.

송씨는 "지난 봄 스태프와 함께 오프 브로드웨이의 여러 퍼포먼스를 돌아보고 이 무대에 도전해 볼 생각을 굳혔다" 고 말했다.

아무튼 이번 '난타' 의 공연은 세계 뮤지컬계의 새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텀프' 등의 시도를 재빠르게 국내 무대에서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성공여부를 떠나 의의가 크다.

구성.연출의 전훈은 "일단 관객들의 상상력을 넓혀주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며 의욕을 보였다.

음악감독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 '초록물고기' 등의 음악을 만들었던 이동준. 강옥순 안무. 10일~11월2일 평일 오후7시30분, 금.토 오후4시30분.7시30분, 일 오후3시.6시 호암아트홀. 중앙일보 주최. 02 - 736 - 8288.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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