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늦기전 이산가족 재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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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상봉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제3국에서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최근 정부당국이 중국 등지에서 가족상봉이 이뤄져 왔다고 공식 확인함으로써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이들 가족의 재회가 여러사람에게 감동을 줄 만큼 공개적이지 못하고 은밀히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산가족들이 북한당국의 기피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재회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만나는 형식이야 어떻든 고무적인 일이다.

다행스런 일은 이산가족의 재회에 소극적이던 북한이 최근들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 확인은 없지만 최근 북한의 해외공관이나 주재기관 간부들이 남북한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상봉주선 제의를 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북한이 정치적 목적에서 남한의 일부 특정인사를 대상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의 소식이나 상봉을 주선하겠다고 제의한 일은 있으나 일반을 상대로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만으로 이산가족에 대한 북한의 정책이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이같은 일이 북한당국의 허락없이 성사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현상이다.

북한당국이 남한이나 해외의 가족들로부터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북한의 시각과 대응책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혈육이 서로 그리워하고 만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북한당국은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로만 인식해 기피해온 측면이 크다.

그런 점에서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제3국을 통한 이산가족의 상봉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이 문제에 신축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제3국이나 북한이 경제특구로 지정한 나진.선봉지역을 비롯, 신포등에 가족 상봉장소를 마련하는 방안도 신축성있게 북한이 검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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