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탈법 온상 교육감 직선제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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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억대 차명 계좌에 대해 재산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로 어제 1심 재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직 교육감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공 교육감은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현직을 유지할 수는 있으나 사실상 ‘식물 교육감’이 될 공산이 크다. 부교육감 체제로 운영되는 서울 교육행정의 공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준법을 가르쳐야 할 교육감이 위법을 저지른 꼴이어서 학생·학부모에게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래서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공 교육감의 유죄 판결은 교육감을 지역 주민이 선거로 뽑는 직선제 제도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만 돌이켜 봐도 불법과 탈법이 난무했고, 정치권 개입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빛이 바랬다. 선거비용도 문제였다. 대부분 교원인 후보들은 34억원이 넘는 법정 선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주변에 손을 벌리는 과정에서 법적·윤리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주민 세금도 320억원이나 쓰였다. 이러고도 투표율은 고작 15.4%에 머물러 교육감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고비용·저효율 그 자체다.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 자치 실현을 위해 도입됐지만 이처럼 폐해와 부작용이 커선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 교육감 선거가 지자체장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직선제의 단점을 보완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이 내놓은 것처럼 교육감을 시·도지사와 함께 러닝메이트제로 뽑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나 1991년 이전의 정부 임명제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무턱대고 배제할 게 아니다.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지 않은가. 지금은 특정 방식을 고수하겠다고 고집부릴 때가 아니다. 교육감 선출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개선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