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론]美·日 방위지침과 안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새로 발표된 미.일 신 방위협력지침에는 한반도안보에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우리도 한.미안보관계를 중장기적으로 재정의하고 미.일안보협력에 참여해 이 새 지침이 한반도안보에 기여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미.일 새 방위지침은 작년 4월 공포된 신 미.일안보선언에 기초해 78년 채택한 지침을 개정한 것이다.

동북아및 아태지역에서 미국은 일본과 지역안보역할을 분담하기로 합의했고 그 결과 미.일안보조약은 사실상 유럽에서의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와 같은 집단방위를 지향하게 됐다.

이때문에 중국은 미.일안보조약이 일본 본토방위 이외 지역, 특히 대만해협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신 미.일안보선언과 방위지침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지지와 우려를 겸한 양가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한반도안보와 통일에 공헌한다면 우리는 이를 지지해야 하나 그렇지 않고 일본의 재무장을 고무한다면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일안보조약의 틀속에 남아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한 일본이 30년대와 같이 군국주의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므로 우리는 명확한 전략방향감각을 갖고 한.미방위조약이 미.일안보조약과 상호보완하게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새 미.일방위지침에서 우리의 이목을 끄는 조항은 이른바 '유사시' 에 일본이 취할 수 있는 군사행동이다.

예컨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일본은 미군이 신속한 작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병참및 후방지원을 해야 한다.

즉 미.일안보조약 6조에 따라 일본국내의 공항.항만및 운송시설을 미군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만약 일본이 이를 거부한다면 미.일동맹은 무산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더욱 구체화한 미.일방위지침은 유사시 일본자위대가 수송정비.기뢰제거및 공해상에서 선박임검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군사행동이 한국의 영해나 영공에까지 적용된다면 그것은 일본의 군사력을 순수한 방위한계를 넘어 투사시킬 수 있으므로 우리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같이 위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 일본이 우리의 사전합의를 얻어 우리의 주권을 십분 보호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조정을 갖게끔 한.일간에 안보대화및 협력을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안보이익에 저촉되는 미.일방위지침협의에 우리가 직접 참여해 그 의도와 계획을 투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편 우리도 한.미안보협력을 평화.통일및 지역안정에 기여하도록 중장기적으로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일간에도 불의의 사태발전과 공동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함께 협의하고 조정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사실 미.일안보조약은 미국으로 하여금 동아시아에서 안정자 역할을 담당하게 만들뿐 아니라 일본의 재무장과 핵무기개발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반도에서 군사위협과 불안요소가 존재하는한 미.일조약은 한.미방위조약을 지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주일 미군 없이 주한 미군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지역에서 실질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다자안보협력이 성립되기 전에 우리는 한.미.일간에 적극적으로 안보대화및 협력을 제도화해 나가야 한다.

외교.안보.통일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야 하며 지나치게 국내정치적 시각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이익을 그르칠 수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는 신 미.일방위지침을 일본헌법절차의 테두리안에서 실천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여야간 합의를 도출했다.

북한상황이 매우 불확실하고 주변정세도 급속히 전환하고 있는 이 때 한국 정치지도자들도 국가안보에 관한한 초당적 자세로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다.

안병준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