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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이 유괴 5년째…살아있으면 17세,생사라도 알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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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년이 넘도록 어린 딸의 생사조차 모르는 부모의 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아직도 한별이가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믿음을 포기할 수 없어요. "

92년8월 20대 여자에게 유괴된 뒤 실종된 池한별 (당시 12세) 양의 아버지 지상학 (池相學.48.방송작가.서울송파구문정동) 씨는 17일 한별이 없는 다섯번째 추석을 보내며 애끊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한별양은 친구집에서 놀다 집에 간다며 헤어진 뒤 집근처 상가 앞에서 20대 여자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친구들에 의해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네차례에 걸쳐 괴전화가 걸려왔고 실종 사흘뒤 池씨 집에는 '아저씨들에게 붙잡혀 있으니 몸값 1천5백만원을 보내달라' 는 한별양 필적의 편지가 배달됐다.

"추석날 모인 친척들이 조심스레 나리양 얘기를 꺼내면서 한별이를 떠올려 또다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

池씨는 사건직후 용의자 몽타주와 한별양의 사진이 담긴 전단을 직접 들고 3년이상 전국을 헤맸다.

교사인 부인 (46) 도 1년동안 휴직계를 내고 따라 나섰다.

신문지상에 한별이를 돌려줄 것을 부탁하는 눈물의 호소문을 실었고 방송국 동료들의 도움으로 '한별이의 빈방' 이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방송했지만 허사였다.

"꿈속에 한별이가 자주 나타납니다.

살아있다면 벌써 열일곱살이지요. 잊으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너무 힘든 일이더군요. "

당시 중학생이던 한별이 오빠는 대학생으로 성장했고 아버지 池씨의 얼굴엔 깊은 주름살이 팼다.

"밤마다 잠못이루고 평생을 상처속에 살아가는 부모 심정을 범인들은 알까요. 한별이는 아직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평생을 기다릴 겁니다. "

池씨는 한별이가 집을 찾아올 수 있도록 이사는 영원히 안할 생각이다.

정제원.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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