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포의 놀이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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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천 서울랜드의 회전용 놀이시설이 고장나면서 30여명의 탑승자가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채 공포의 1백분을 보내는 사고가 생겼다.

사망자 없이 전원 구조돼 불행중 다행이긴 하지만 이 역시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또 하나의 사례다.

유사한 사고가 인천 월미도의 바다랜드에서 하루 전날 일어났다.

회전용 놀이기구의 좌석안전핀이 빠져 탑승자가 놀이기구 밖으로 퉁겨나가는 치명적 사고였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몰려들 추석연휴를 앞두고 충분한 안전점검을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서울랜드의 경우 정기점검과 당일점검을 빠짐없이 했다고 하지만 주감속기 베어링이 부서져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의 안전점검이 미숙했든지, 기계 자체가 불량했든지 둘중 하나일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안전관리 책임은 서울랜드측에 있다.

겉만 보는 점검이 아니라 내용을 속속들이 파고드는 전문가적 안전점검 없이는 앞으로도 또 어떤 대형사고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고 직후의 긴급구조방식도 너무나 원시적이었다.

31명을 구조하는데 무려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노약자가 탑승했다면 지탱하기 힘든 긴 시간이다.

구조도구도 고작 고가사다리 하나밖에 없었다.

안점점검도 피상적이고 긴급대처방식도 원시적이라면 어떻게 마음 놓고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겠는가.

서울랜드가 이 수준이라면 전국의 크고 작은 놀이시설은 어떠할지 미뤄 짐작이 간다.

어린이들의 놀이시설만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얼마 있어 성업을 이룰 스키장의 리프트도 철저한 정비가 요구된다.

지난해 겨울에도 여러 차례 스키장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대부분이 리프트 때문이었다.

가족단위의 놀이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는 때다.

철저한 안점점검과 신속하고 안전한 긴급구조가 담보되지 않고서는 건전한 놀이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

서울랜드 사고에서 사망자가 없었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전국의 놀이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과 구조대책이 차제에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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