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비디오 10選…'아버지' '체인지'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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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천만명이 민족대이동을 하는 최대의 연휴 추석에 가족과 보람있게 시간을 보낼수 있게 해주는 비디오를 골라본다면.

◇ 장길수 감독의 '아버지' (시네마트) 는 원작의 사회적 파급력에는 훨씬 못미치는 흥행성적을 올렸지만 추석과 같은 명절에 3대가 함께 보기에 가장 적합한 영화다.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이고 결말이지만 누선을 자극하는 대목이 적지 않아 손수건을 돌려가며 눈물을 닦다보면 새삼 가족의 소중함에 가슴이 뻐근해진다.

◇ 중학교 정도의 자녀가 많은 집안이라면 이진석 감독의 '체인지' (드림박스)가 웃음꽃을 활짝 피울 것이다.

남녀의 성이 뒤바뀐 데서 일어나는 소동을 재미있게 그렸다.

◇ 거장 프랜시스 코폴라가 손녀딸을 위해 만들었다는 '잭' (브에나비스타) 은 10대때 40대 아저씨가 되버린 조로증을 앓는 소년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 적극적인 사랑 표현에 인색하지 말것을 깨우쳐준다.

◇ 다운 증후군의 청년과 효과적인 세일즈 기법을 강조하는 유능한 강사가 함께 여행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다는 동화같은 영화 '제8요일' (디지탈미디어) 은 자코 반 도마엘의 작품. 푸른 초원을 거니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아름다운 포스터 덕분인지 의외로 찾는 이들이 많다.

◇ 여배우 다이앤 키튼의 감독 데뷔작 '마이 히어로' (브에나비스타) 는 어머니의 병환과 죽음을 계기로 하여 유대인임을 자각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성장드라마다.

'리틀킹' '개같은 내 인생' '슬링 샷' 등과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는 훈훈한 소품이다.

◇ 레리 엘리칸의 '사랑의 가족' (CIC) 은 물질적인 안정보다 마음으로부터의 관심이 가족을 이어주는가장 확실한 끈임을 강조한다.

자식을 버리는 어머니가 등장 해서인지 고교생가 등급이다.

◇ 영화를 좀 본다하는 이들이 워낙 많이 이름을 들먹여서 우디 앨런의 영화는 어려울거라 지레짐작했던 분들이라면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스타맥스) 로 그 편견을 씻어보시길. 사랑만큼 소중하고 즐거운 것이 없다는 인생 찬가가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춤과 노래를 양념으로 해서 유쾌하게 그려진다.

◇ 지난해 칸 영화제를 석권하며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마이크 리 감독의 '비밀과 거짓말' (디지탈미디어)에도 자식을 버린 어머니가 나온다.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입양시켰던 자식은 흑인이었고, 성장하여 찾아온 이 흑인 여성때문에 온가족이 혼란에 빠지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하여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다.

◇ 중국 근대사에 길이 기록될 송씨 가문의 세 자매를 그린 대작 '송가황조' (시네마트) 는 역사 공부를 하며 볼 수 있는 영화다.

각자의 신념 때문에 다른 길을 가야했지만 가족으로서의 연대감을 잊지 않았던 세 자매의 모습을 여류 감독 장완팅 (張婉珽) 은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섭렵한 끝에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

◇ 자연의 소중함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풀어낸 '뷰티풀 그린' (베어) 의 경우 프랑스 영화라고 해서 재미없다는 선입관을 가질 필요가 없다.

여류 감독 콜린 세로가 직접 호수와 숲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온 아줌마로 나와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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