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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償 받은 일본 기타노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올해 세계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일본영화의 재부상' 이다.

일본은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원로감독 이마무라 쇼헤이 (今村平昌.71) 와 28세의 신세대감독 카와세 나오미 (河瀨直美)가 각각 황금종려상과 황금카메라상을 휩쓴데 이어 베니스영화제에서는 대표적인 중견감독 기타노 다케시 (北野武.50)가 '불꽃' (花火) 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근래 들어서는 '함께 춤추실까요' '실락원' '러브레터' 등 상업영화들도 외국영화에 빼앗겼던 일본관객들의 인기를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뱀장어' 와 기타노 다케시의 '불꽃' 은 모두 잔인한 폭력과 그것이 사람의 내면에 미치는 그림자와 상처를 다룬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죽음' 의 문제 또한 두 감독이 진지하게 탐구한 주제이다.

'뱀장어' 에서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주인공이 잔인하게 아내를 난자해 살해한 뒤 세상과 마음의 문을 닫고 오로지 뱀장어에게 마음을 쏟아붇는다.

그는 자살을 기도한 한 여인을 만나 서로가 치유받는다.

'불꽃' 에서의 폭력은 정당성을 지니는 경찰의 폭력과 야쿠자의 폭력이다.

강력계 형사인 주인공은 늘 동료형사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현장의 악몽같은 폭력의 기억에 시달린다.

딸의 죽음과 죽음을 눈앞에 둔 아내, 그리고 폭력에 의해 불구가 된 동료와 다른 동료의 미망인은 주인공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임감이다.

그래서 그는 야쿠자의 돈을 빌려 쓰고, 빚독촉을 받자 야쿠자와 폭력대결을 서슴지 않는다.

은행강도를 감행하기도 한다.

베니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타노 감독은 "3년전 교통사고로 죽음 직전까지 갔었다.

그러면서 삶에 느닷없이 닥칠 수있는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 체험을 토대로 죽음과 삶의 문제를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다" 고 설명했다.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자 그는 "일본인들은 일본영화가 외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번 수상이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기뻐하면서 "사실 이번 영화는 일본의 전통적인 요소, 그래서 요즘은 사라져가고 있는 일본적인 것들로 가득차 있어 어떤 반응을 얻을까 걱정했는데 서구관객들에게 이렇게 열렬한 반응을 얻을지 몰랐다" 고 밝히기도 했다.

'불꽃' 에는 야쿠자, 그리고 옛날 사무라이영화의 전통을 생각나게 하는 '단칼' 의 총격전, 그리고 가정에 대한 책임감, 동료에 대한 의리 등이 담겨있다.

기타노 감독이 "사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보면 바보같은 사나이의 이야기" 라고 설명했듯이 주인공은 책임감이 강하고 내성적인 남자. 아내에 대한 애정표현도 멋적은 표정으로 밖에는 할 줄 모른다.

그는 삶에서 부닥치는 어쩔 수없는 문제들에 대해 인간이 부닥치는 '무력한 슬픔' 을 대변한다.

영화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그는 할리우드 영화 '코드명 J' 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공연했다) , 일본 인기최고의 코미디언 겸 TV토크쇼 진행자, 소설가, 수필가로 활동하는 만능 재주꾼. 일본에서 '천재 다케시' 로 불리는 그는 교통사고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번 영화에는 그가 그린 강렬한 인상의 회화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위해 오는 10월 내한할 예정이어서 많은 일본영화의 상영과 함께 일본영화의 르네상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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