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학장 아시아언론인포럼 연설문 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은 역사적.지정학적, 그리고 인구구성등의 이유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치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약 7백만명의 미국인이 이 지역 출신이며 양 지역간 교역량은 총 4천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재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기본전략은 미군의 전진배치, 각국과의 쌍무협정 체결, 다자간 안보협력, 그리고 중국문제에 대한 건설적 개입등을 통해 이 지역 안보와 경제성장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약 10만명의 아태지역 주둔병력을 현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해 당사국간의 협의가 우선돼야 하며 미군의 주둔병력 규모는 미국 우방들의 필요에 의해 결정될 것임은 물론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일간 동맹관계는 미국의 아태지역 전략상 매우 중요하다.

일본도 동일한 시각을 갖고 있다.

오키나와 (沖繩) 주둔 미군 해병들의 성폭행 사건에도 불구, 지난 3년간 미.일 안보관계는 날로 강화돼온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의 신국방계획, 향후 5년간 미군 주둔비중 2백50억달러를 부담하겠다는 일본 의회의 공약, 96년 미.일 안보선언등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3만7천명의 미군이 주둔중인 한국과의 동맹관계 역시 동북아 안정에 필수적 요소다.

북한은 예측키 어려운 내정 (內政) 과 대규모 전력등으로 충분한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안보와 관련, 무엇보다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은 중국의 부상이다.

여기서 각별히 조심해야 할 점은 중국의 부상을 주목하되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냉전상황이 전개되리라고 예단할 수 없다는게 그 이유다.

비유컨대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잡으려 할 가능성을 50%라고 치자. 이같은 확률에 미리 겁먹고 중국을 적으로 간주할 경우 사태를 긍정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나머지 50%를 저버리는 결정적 실책을 저지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 책임있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동아시아의 정세를 조성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군의 주둔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쌍무적.다자적 협정을 이용, 중국이 그릇된 행동을 할 경우 막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일각에서는 "장래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큰 중국을 미리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잘못이다.

대중국 관계가 긍정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뿐더러 중국은 2차세계대전 후의 소련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이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1세기초에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 문제를 비롯, 아시아의 여러 분쟁지역의 사태해결에 있어 중국과의 협조는 필수불가결 할 것이다.

한반도의 안정과 아시아의 지역안정으로 얻어지는 경제성장및 무역증대는 중국과 미국 모두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중국을 이 지역이나 전세계적인 문제에서 책임감있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약력]

60세. 프린스턴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과 철학 전공. 하버드대 정치학박사. 하버드대 교수, 군축협상 고문을 지내고 국방차관보 시절인 94년 발표된 21세기 미국의 동아시아전략보고서 (나이 이니셔티브) 작성을 주도. 95년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