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영삼 대통령,총재직 이양 선언…이회창 대표지원 '약효'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8일 저녁 신한국당 당직자들 앞에서 이회창 (李會昌) 대표에게 총재직을 넘겨주겠다고 선언했다.

언젠가는 총재직이양이 있겠지 짐작했지만 이처럼 빨리, 전격적으로 이뤄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李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단합을 강조하는 정도의 지원발언이 있을 것으로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예상했다.

그런 만큼 "金대통령이 李대표를 화끈하게 밀고 있구나" 하는 공감대가 한결 넓어졌다.

총재직 이양은 여권내 권력의 축이 청와대에서 李대표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와대 참모들이 "李대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시기에 이양할 것" 이라고 말한 것은 상당기간 총재직을 金대통령이 쥐고 있을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후보교체론과 지지율하락이라는 내우외환 (內憂外患) 이 李대표 혼자 힘으로 극복되지 않을 바에야 金대통령이 좋든 싫든 방패막이 역할을 하리라 보았다.

그러나 金대통령이 말로만 지원하는 것의 한계가 있음이 점점 현실화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상황을 새롭게 전개시키면서 문제점을 타개하는 것은 지금이 적기" 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李대표의 힘이 너무 빠져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청와대 판단으로는 아들의 병역문제로 급히 추락한 李대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 못지않게 일부에서 기대하고 있는 '이인제 카드' 의 효용성을 무력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같다.

이날 아침 김광일 (金光一) 청와대정치특보는 강재섭 (姜在涉) 대표정치특보와 만나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제에 대한 헛된 꿈' 을 저버리게 하는 것과 '李대표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 는 것은 金대통령이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로서 총재직이양이 그 알맹이다.

물론 총재직이양 문제를 이 시점에 서둘러 제기한 것은 추석연휴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추석연휴의 민족대이동기에 정치얘기의 화두를 이회창대세론으로 선점 (先占) 하기 위해서다.

신한국당 관계자는 "추석에 李대표의 아들 병역문제가 주된 화제가 되면 지지율 만회가 어려우므로 가는 길이 어렵더라도 역시 이회창뿐이라는 분위기를 유지하자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金대통령과 李대표가 한덩어리가 되어 하나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선택이 민심동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아직은 미지수다.

청와대와 신한국당의 기대대로 대반전의 계기가 될지, 백약 (百藥) 이 무효인 수렁속을 李대표가 계속 헤맬지는 가능성이 반반이다.

박보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