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형광등으로 치매·불면증 개선… 하루 1시간 10일후 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선다우닝 신드롬' .

해가 지면 오히려 신바람 (?) 이 나는 증상이다.

치매와 같은 뇌기능장애 환자들에게 많은 이 수면장애의 특징은 남들이 자는 시간에 오히려 또렷한 의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 일본의 건강잡지 소카이 (壯快) 최신호는 치매.불면증.우울증 등 수면리듬이 깨진 환자들에게 가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광 (光) 요법을 소개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소카이지와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김인 (金麟.정신과) 교수의 도움말로 광요법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집안에 시계가 고장나면 생활에 혼란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고장날 경우 가장 먼저 헝클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수면이다.

이 인체내 시계가 위치한 곳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양쪽 눈의 시신경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른바 시교차상핵 (視交叉上核) 으로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일주기 (日週期) 리듬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날이 밝으면 깨어나 일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어 휴식을 취하는 것은 바로 이 생물학적 시계 덕분. 생체시간이 바뀌는 것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과 시간에 변화가 오기 때문. 해외여행에서 나타나는 불면증 등 시차 부적응증은 대표적인 사례다.

치매환자와 같은 뇌기능장애 환자의 경우엔 빛을 전달하는 시신경세포가 퇴화하는데다 외출이 적어지면서 빛을 쪼이는 시간이 적어져 낮과 밤이 뒤바뀌는 등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강한 빛을 정기적으로 쪼여주므로써 혼란된 생체리듬을 잡아주는 것이 광요법의 치료원리. 방법은 우선 30와트의 형광등을 5개 이상 구해과 같이 늘어놓고 최소 1천6백~3천룩스를 유지한다.

보통 병원에서 치료용으로 이용하는 빛의 밝기는 5천룩스 (흐린날 바깥 날씨) . 인공빛은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대에 (金교수는 시간대를 앞당겨도 좋다고 함) 30분~1시간 정도 쪼인다.

이때 환자는 1분에 2~3초 비율로 광원을 보며,가족은 환자가 잠들지 않도록 말을 거는 등 도와준다.

광원과 멀어지면 급격히 빛의 밝기가 떨어지므로 환자와 형광등과의 거리는 5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본 교와 (協和) 병원은 알츠하이머형과 뇌경색에 의한 혈관성 치매환자 16명을 2주간 이같은 방법으로 치료, 8명에서 수면장애나 야간 배회, 망언 등 증상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특히 82세의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1주일 후부터 자고 깨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되었고, 이상 행동도 거의 없어졌다는 것. 형광등이 아니더라도 날씨가 좋으면 자연광을 이용할 수도 있다.

오전 햇볕이 드는 창가에선 2만룩스 이상의 빛을 얻을 수 있기 때문. 특히 치매환자는 광요법을 시행하면서 음악이나 대인접촉 등을 통해 낮에 잠을 잘 수 없도록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金교수는 "이같은 높은 조도 (照度) 의 광요법은 실제 치매환자뿐 아니라 뇌손상 환자나 수면지연증후군 환자와 같은 야간 각성환자에 크게 도움이 된다" 며 "인내를 가지고 10일 이상 꾸준히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