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과 12일 개봉하는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다. ‘뜨는 드라마·영화에는 뜨는 OST(Original Sound Track)가 있다’는 당연한 규칙을 넘어 요즘은 ‘작품은 못 떠도 음악은 살아남는’ 시대다. OST가 단지 드라마나 영화의 재미를 살려주는 ‘배경음악’에 그치지 않고, 노래 그 자체의 완성도에 따라 평가받고 있다는 이야기. 철저한 사전기획과 전문 음악인의 손길을 거친 ‘웰메이드 OST’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왼쪽부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영화 ‘맘마미아’ 영화 ‘원스’
◆요즘 가요계 ‘돈줄’은 OST=최근 가장 큰 성공을 거둔 OST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주제곡 SS501의 ‘내 머리가 나빠서’, 수록곡인 티맥스 ‘파라다이스’, 샤이니 ‘스탠바이미’ 등이 큰 인기를 끌며 음반만 8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영화 ‘맘마미아’ OST는 지난해 영화개봉 후 지금까지 총 16만 장이 판매됐다. 2008년 한 해 동안 1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가수가 동방신기, 빅뱅, 서태지 등 6개 팀에 불과한 것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성공이다. OST 음악은 특히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다. 현재 엠넷(Mnet) 등 온라인 차트에는 10위권 내에 ‘꽃보다 남자’의 수록곡 2~3곡이 올라 있다. 태연의 ‘만약에’는 지난해 도시락 차트에서 4개월 이상 100위권 내에 머무르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에덴의 동쪽’의 경우, 수록곡인 이승철의 ‘알고 있나요’가 히트하면서 음반만 3만 장 이상 팔렸다. VOS가 부른 ‘카인과 아벨’의 주제곡 ‘이별보다 슬픈 말’은 드라마의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음악사이트 벅스에서 지난달 27~28일 이틀간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미워도 다시한번’의 제작사 지앤지 프로덕션의 김선혜씨는 “인순이·이문세·나윤권 등의 유명가수는 물론 체코 프라하 오케스트라를 연주에 참여시키는 등 완성도 높은 OST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OST 띄우는 전문가수 있다=인기 가수들의 OST 참여가 활발해 졌지만 유명 가수가 OST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등을 만든 OST 전문제작사 더하기미디어의 문규석씨는 “목소리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수를 쓰면 노래가 도드라져 드라마나 영화의 흐름을 깨는 경우도 생긴다”며 “영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목소리가 선호된다”고 말했다.
‘내 남자의 여자’(사랑아) ‘미워도 다시한번’(사랑은 병이다)의 수록곡을 부른 더 원(The One)이나 ‘프라하의 연인’(그대 곁에 있음을) ‘스타의 연인’(매직) 등의 김동욱, ‘황금사과’(꿈꾸는 비앙카) ‘내 인생의 황금기(비밀)’의 적우 등이 OST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목소리를 지진 ‘OST 전문가수’로 꼽힌다.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이 OST 수록곡을 직접 부르는 것도 유행이다. SBS 인기드라마 ‘아내의 유혹’ 주인공 장서희는 주제곡 ‘용서 못해’를 불렀으며 소지섭과 채정안도 ‘카인과 아벨’의 OST 작업에 랩과 노래로 참여했다.
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