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우편 인프라] 원인…우편물 매년 10%증가 소화능력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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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편배달 인프라가 도처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구조적인 면에서 비롯된다.

어느 우체국이고 잘해보려고 애를 쓰지 않는 곳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체국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고 말한다.

배달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돈이 들게 마련인데 재원 마련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요금을 올려 투자비를 조달하려 해도 공공요금인 우편요금을 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총무처.재경원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까다롭다.

좋은 부지를 찾아 이동하고 배달효율을 높이기 위해 우체국을 신설하는등 경영효율화 작업도 쉽지가 않다.

충북청주시 북문로 청주우체국은 최근 5년간 평균 6.2%씩 우편물이 늘고 있으나 처리능력이 포화상태를 맞은지 오래다.

그러나 우체국 건물은 도심 금싸라기 땅에 자리잡고 있어 확장이 어렵고 길도 비좁아 차량통행도 원활치 않다.

이 우체국 관계자는 "만일 우체국 부지를 마음대로 사고 팔수 있다면 금싸라기 땅의 우체국을 비싼 값으로 팔아 넓은 부지로 이사간뒤 우편물을 손쉽게 처리할 장비를 도입하고 인력도 충원한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 라고 말한다.

앞뒤 꽉막힌 이같은 환경으로 우체국은 무엇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일이 없다.

주소체계가 엉망인 도시환경도 악조건으로 작용한다.

서울강북구미아7동852번지 구역은 동일번지내 무려 3천5백세대가 거주, 배달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최근 신도시가 세워진 수도권은 한해 1백가구당 30가구 꼴로 이사하는데 이 때문에 우편물이 반송되는 비율이 높아졌다.

집배원은 소득에 비해 일이 많다.

10년 근속기준 집배원의 월봉급은 수당을 합쳐 평균 2백2만원으로 '박봉' 은 아니나 하루 근무시간 13~14시간의 과로로 이직이 잦고 보충은 잘 안되고 있다.

거기다 우편물의 양은 해마다 10%가량 증가한다.

첨단 통신서비스가 등장하면 우편이용은 줄어들 것같지만 정반대다.

예컨대 무선호출서비스에 1천3백만명이 가입하면 고지서 1천3백만통의 우편수요가 발생한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성장성이 높은 분야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일본 우정성 우편사업은 체신금융과 합쳐 연간 약 2조엔의 막대한 이익을 낸다.

최근 미국 국제특송업체 UPS가 파업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개입, 저지했을 정도로 우편은 국가의 중요한 기간서비스로 여겨지고 있다.

서초우체국 집배원 정의기 (鄭義基.38) 씨는 "집배원 사이에서 민영화.공사화의 필요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며 국가기관이 갖고 있는 조직의 경직성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중구.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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