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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3사 여론지배력 50% … “신문 아닌 방송이 여론 독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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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론 독과점 주체는 지상파 3사”=윤 교수 연구팀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독일 미디어집중위원회(KEK)에서 사용하는 지표 등을 토대로 매체별 이용자 수, 이용 시간, 매출액, 영향력 등 12개 지표를 선정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의 여론 지배력 현황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KBS·MBC·SBS 등 지상파 TV 3사는 지표 12개 중 11개에서 1~3위를 기록했다. 라디오를 제외하고도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약 50% 수준이었다. 매출액과 매체 이용 시간을 종합 고려한 ‘수입 가중 이용 시간 점유율’의 경우 전체의 68.8%를 차지했다. <그래픽 참조>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상파 다음으로 여론 독점이 강한 매체는 인터넷 포털이었다. 네이버 등 5곳의 점유율은 12개 중 8개 지표에서 일간지(전국) 9사의 합계를 앞질렀다. 지표당 16.2~63.7%를 차지했다. ‘이용 시간과 몰입도’ 면에선 네이버·다음이 지상파 TV 3사를 추월했다. 윤 교수는 “분석 결과 가장 강력한 여론 독점, 여론 지배력을 드러내는 미디어는 지상파 TV이며 다음은 인터넷 포털”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 중앙·조선·동아일보 등 메이저 신문 3사는 지표당 평균 12% 정도의 점유율을 보였다. 라디오 4사(KBS·MBC·SBS·CBS)는 최소 3.1%에서 최대 22.5% 수준이었다.

◆“진입 장벽 풀어 ‘여론 독과점’ 깨야”=‘여론 독과점’은 미디어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 쟁점이다. 반대 측에선 ‘신문·방송 겸영 허용으로 특정 신문의 영향력이 커져 여론의 다양성을 해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여론 독과점의 정확한 의미와 실태, 개정안이 미칠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윤 교수는 “방송 소유 규제를 푸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는 논리적·과학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정치적 구호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론에서 제기하는 여론 독점의 문제는 기실 소수의 TV 방송사에 제기되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지상파 방송은 전국의 수용자에게 도달 가능한 독과점의 소유·지배구조를 가지는 유일한 미디어라는 설명이었다.

현행 법 체계에 대해선 ‘비대칭 규제’라고 비판했다. 현 신문법에서 방송사는 신문과 통신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으나 신문은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보도 채널을 소유할 수 없다. “이는 신문사의 핵심 역량인 뉴스·평론 영역으로의 진출을 가로막아 옳지 않다”고 윤 교수는 지적했다.

윤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의 편파 보도, 광우병 왜곡 보도 논란 등을 사례로 들며 “국민의 감성·판단·여론을 좌지우지하는 TV 방송사들이야말로 우리 사회 최고의 권력”이라며 “소유 제한 완화로 경쟁력 있는 사업자들이 진입하면 기존 지상파 방송의 과도한 여론 지배력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이 ‘사전적 규제’에서 ‘사후적 규제’로 옮겨 가는 추세라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방송 시장의 진입 자체를 막는 대신 일단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하되 향후 여론 지배력, 매출액, 프로그램의 공정성 등을 따져 규제하는 방식이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미디어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좀 더 논리적이고 실증적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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