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식품 안전규제는 풀기보다 조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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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불량만두 파동은 먹거리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안겨주었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우리 사회가 치렀던 고통과 좌절은 컸다. 이제 사태의 윤곽이 확연하게 드러난 이상 지혜를 모아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잘못된 식품 안전규제 완화정책을 수술하는 데서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식품 관련 규제는 167건이 폐지.완화됐고 단 3건만 신설됐다. 식품위생관리인제, 식품첨가물 사전 제품검사제, 식품 운반.판매업자 위생교육, 제품검사 표시 등이 폐지됐다. 폐지된 규정의 유형은 검사 항목이 전체의 35%, 금지가 10%, 기준 설정 및 지정이 각각 6%다. 식품 안전에 직결된 규정이 절반을 넘은 것이다.

불량 만두소로 인한 만두파동만 하더라도 식품위생관리인제만 그대로 두었더라면 예방이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식품 제조업체가 식품 재료와 완제품에 대한 품질검사 등을 실시하는 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제도다. 만두 제조업체가 만두와 만두소에 대해 의무적으로 위생관리를 했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당국은 오죽하면 불량만두 파동에 연루된 30대 만두 제조업체 사장이 한강에 투신하기 전에 정부의 책임을 거론했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그는 방송 토론과 인터넷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를 불러온 데는 불량 무말랭이가 만두소로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불량 무말랭이 공급업체가 지방자치단체에 세차례나 적발되고도 영업을 계속한 것은 이렇게 느슨한 감시체계 때문이었다.

정부는 큰 틀의 식품안전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식품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데도 폐지.완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이제부터라도 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신설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는 식품위생관리인제는 당장 부활시켜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지 모르면 더 큰 화를 당한다는 사실을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