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의 정치력 회복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간중앙인재 기용 전 사전검증 중요

최진 그 원인이 도덕성 논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또 도덕성 논란이 재발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부경 역대 어느 정부도 도덕성을 자신들의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의 1기 내각 검증 과정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현 시대에는 그런 흠이 드러날 때마다 변명하거나 숨기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흰 눈’ 같이 순결한 도덕성이 아닙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이 그런 국민의 뜻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국민에게 어둡고 추한 부분만 알린 격이 됐습니다. 국민이 허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국민의 보편과 너무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전여옥 우리 국민은 이중적 잣대를 갖고 있어요. 정치인들이나 내각에 들어가는 사람에 대해서는 종교단체에서 일해야 할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초기 내각을 구성할 때 국민의 보편적 정서를 무시했다는 점도 분명히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사회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니 넘어서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도 일종의 악덕기업가 내지 패륜적이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딱 좋습니다. 빌 게이츠는 기업을 확장하기 위해 우리가 보기에 무자비할 정도의 독점적 기업전략을 구사했고, 또 워런 버핏도 사생활 문제로 가면…. (웃음)

그렇지만 그네들의 사회에서는 장점을 통해 인정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 잣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괴리감에 대해 현 정부가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김부경 국민이 보기에 가난한 시골 출신이다, 풀빵장사도 했다, 고학도 했다…. 그렇게 알렸기 때문에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성공한 대통령을 높게 샀던 것입니다. ‘국민의 어려움을 극복해 주겠지, 잘살게 해주겠지’라면서 말입니다.

또 하나는 정책을 펼 때 부자감세니, 종부세 폐지니 등…. 사실 이것은 가진 사람에게 주는 게 맞거든요. 그런데 그런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 다수를 설득하거나 위로할 만한 것을 내놓지 않았어요.

전여옥 그렇지 않죠. 물론 이명박정부가 홍보에 굉장히 서투른 정부이고, 그런 점에서 ‘정책에 대한 소통이 우선돼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이런 측면이 있어요. 노무현 정부가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비난하면서 “그렇게 좋은 학교 나오고 출세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자, 좋은 학교 나왔다는 말은 배움에 대한 가치절하, 그 다음에 출세라는 것은 땀과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라고 생각합니다. 배움과 노동을 경멸하는 대통령이 참 무서웠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정부는 그런 것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고, 대한민국에는 배움과 땀에 의해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다고 봐요.

그런데 국민이 보기에 땅을 너무 많이 소유하고, 또 그 재산 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분은 걸러냈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실패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진 사람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1기 때 소위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 대한 파장이 일었고, 그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박혔습니다. 그런데 2기 내각도 능력보다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부경 이명박 대통령의 인재풀은 세 개의 그룹이에요. 첫째,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정치지도자로 성장하기까지 함께한 사람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교회에서 사귄 인맥, 대학에서 사귄 인맥, 고향사람, 서울시장을 하면서 쌓은 인맥 등이 하나의 그룹일 테고, 둘째는 한나라당이라는 자신의 최대 우군, 마지막으로 범보수세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사람을 쓸 때 꼭 첫 번째 그룹에서만 자꾸 충원하려고 해요. 저는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도 경륜이나 능력 면에서 타고난 분이 있다고 봅니다. 제 눈에는 보입니다.(웃음) 여기 전 의원께서도 계시지만…. 왜 이런 분들은 배려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아랫목에서 살아오신 분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인지….

그러다 보니 한계에 부닥치는 것입니다. 국민을 설득하는 데, 자신을 나타내는 데, 또 관료조직이라는 만만찮은 현실적 이해관계 집단을 조정하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적어도 한나라당 그룹을 자신의 인재풀에 넣어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야당 의원이지만 권하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범보수세력 가운데 소위 말해 강호의 고수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 중에서도 발탁해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사진

photo

지난 1월6일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법 잘게 쪼개야”

전여옥 저는 김 의원과 생각이 다른데요.(웃음)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이 입각하는 일은 미국에서도 드문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사람들이지만,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은 검증받고 안전한 사람이 아닌 그때그때 일하기 편한, 다시 말해 유연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서울에서 공사할 때 만난 사람, 부산에서 공사할 때 만난 사람, 두바이에서 공사할 때 만난 사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팀을 구성하고 같이 일했던 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이 ‘여의도는 여의도대로 잘하시고, 나는 나대로 내가 필요한 사람으로 뽑아 내 목표를 향해 가겠다’는 식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는 분석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여의도는 대통령과 경쟁하는 체제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웃음)

최진 비난받기도 하지만 한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또한 국회입니다. 조금 전에 김 의원께서 한나라당에도 많은 인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거기에 혹시 전 의원님도 포함이 됩니까?

김부경 물론이죠. 그럼요.

전여옥 앞에 있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겠죠.(웃음)

김부경 정말 저는 입각해서 능력을 발휘할 한나라당 의원들 얼굴이 딱딱 떠올라요.

전여옥 김 의원 같은 분이 가셔야 하는데….

김부경 저도 야당생활 좀 하게 놔둬요.(웃음)

최진 잠시 국정과제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봤으면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 ‘지방 권한 확대’ ‘법질서 확립’과 같은 정책들의 방향 설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부경 저는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에 대한 방향 설정만큼은 옳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각 기관이나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공무원 정원을 동결해 놓으니 실제로 경기도 같은 곳에서는 교사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이럴 때는 정말 해법이 없어요. 지방 권한 확대의 경우도 권한을 이양하는 것은 좋은데요. 잘게 쪼갠 지방자치가 아니라 대통령도 검토 지시를 한 행정단위 개편과 맞물리면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습니다. 법질서 확립에 대해서는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습니까만, 과거처럼 경찰국가로 가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됩니다.

전여옥 저도 대부분 공감합니다. 그런데 법질서만큼은 좀 더 확립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법질서가 확립되고 공권력이 확립된 사회는 그 자체가 사회적 자본입니다. 그런데 그 국가 자본을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최진 언론의 공공성 강화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지 않습니까? 두 분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전여옥 언론도 이제 시장에 진입해 시장성과 상품성을 시험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언론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언론의 시장질서를 확립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법에 대해서도 상호 확신을 갖고 소통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김부경 조금 더 보태자면 언론의 공공성 강화 자체에 대한 가치를 누가 부인하겠어요? 그러나 언론의 공공성 강화는 결국 언론 장악이라는 오해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까 말한 법질서 확립도 마찬가지예요. 야당에서 정의하듯 법과 질서를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자유와 인권 등 민주주의 자체가 후퇴한다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됩니다.

전여옥 인권, 언론의 자유 다 좋아요. 하지만 그것이 폭력과 선동으로 점철돼서는 안 된다는 거죠. 여든 야든 ‘선 긋기’를 해야 해요. 제가 볼 때 민주당은 잘할 수 있어요. 선을 긋고 반대했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쪽으로 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한나라당에 실망한 지지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관련사진

photo

지난 1월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 전광우 금융위원장(맨 왼쪽),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부경 지도부에 충실히 전하겠습니다.(웃음)

최진 역대 어느 정부를 보더라도 그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려면 언론과 관계가 중요합니다. 사실 참여정부 때 언론과 불필요한 소모전을 오래 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시간과 정열을 소진하지 않았습니까? 이명박정부 들어서도 언론정책과 관련해 국회 파행 등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간단히 평가해 주시죠.

김부경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언론의 가장 큰 힘이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는 기능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이 기능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언론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들을 각 언론사 혹은 언론 유관기관의 사장으로 내려보내는 것 자체가 결국 당신의 입맛에 맞는 거대한 언론 시스템을 짜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결국 권력에 우호적인 언론 환경, 자본력 내지 사회적 네트워킹까지 평정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도입하고 확장해야 할 부분들은 야당을 설득하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 짓고 그 부분만 부각시킵니다. 언론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기능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전여옥 대통령이 언론과 정치공격에 순진하게 대응한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언론사의 수장 자리에 대통령을 도와준 사람들을 앉혔다. 바로 그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물론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 했습니까?

정연주 씨를 KBS 사장으로 앉혔잖아요? 다만 미디어 관련법을 처리할 때 한나라당과 행정부가 상당히 잘못 접근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이 법안을 쪼갰어야 해요. 그러면 문제가 없는 거예요. 현명하게 대처해야 했는데 전략적 잘못이 있었다고 봅니다.

김부경 저도 잘게 쪼개면 상당부분 가능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금 급한 것들, 예를 들면 신기술을 도입했으니 관련 분야에 투자하자든가, 인터넷 시스템으로 다 바뀌어야 하는데 거기에 따른 투자를 하자든가…. 이런 것들은 얼마든지 찬성합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하나의 안에 전부 얽혀 있으니, 요만큼은 찬성하고 요만큼은 반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잖습니까?

최진 이번에는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사실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엄청난 논란이 있었어요. 마치 강만수 경제팀이 위기의 주범인 것처럼 지탄받았는데, 도대체 그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아울러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도 부탁합니다.

김부경 이 정부가 내세운 경제 기조라는 것이 규제완화·감세·성장동력 등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상당부분 그렇게 돼야 한다고 봅니다만, 미국의 경우 너무 풀어줬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규제완화·감세가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건전한 경제적 성과와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녹색성장이라는 것은 개념을 잘 잡은 것이기는 한데, 녹색성장의 내용과 환경보존이라는 가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1기 경제팀이 남긴 가장 부정적인 것은 ‘747’이라는, 어찌 보면 너무 선거 슬로건에 집착한 나머지 현실적 시장경제 조건과 맞지 않는 것을 계속 고집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과 계속 엇박자가 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서 불신이 쌓인 것입니다.

전여옥 저는 다른 각도로 봅니다. 많은 기업가에게는 강만수 경제팀이 ‘지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급격히 변화하는 지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큰 몸집이 아니라 속도라는 것이지요. 바로 그런 점에서 강만수 체제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체제로 인식됐고, 그것이 많은 기업인에게 허탈함을 주고 원성을 사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대로 가고 있는가’하는 것에는 적어도 지난 1년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우리 경제의 실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의 협조를 구한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점은 야당도 상당히 높이 평가합니다. 이런 작은 것들을 통해 경제위기를 맞은 국민에게 미약하나마 신뢰를 심어줄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당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협조할 부분은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니 2기 경제팀이 그런 부분은 살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최진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어떤 것 같습니까? 세계적 흐름에 맞춰 우리 정부도 실용외교를 추구하고 있기는 한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쇠고기파동, 독도협상문제 등에서 여러 악재가 겹쳤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부경 대통령은 실용으로 가려고 하는데 자꾸 이데올로기를 붙이니 잘 안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핵개방3000’을 말하자면, 이 정책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이 실질적 해결 방안을 만들고 하나하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게 바로 실용외교 아닙니까? 어쨌든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관철하려면 다양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문제가 있었다면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할 때까지 이 슬로건은 유효하지만 우리는 그 동안 다른 것을 찾아 다시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왜 시원시원하게 못합니까?

전여옥 대통령이 외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외교력이 격상될 필요가 있고 범위가 넓어져야 하는데, 대통령이 소홀히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일본만 상대해서도 안 되고 미국만 상대해서도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도 실패한 것이죠.

이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각적인 외교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처음에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던 실용외교의 근본은 자원외교였습니다. 21세기에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사실상 국력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외교·안보정책 변화 필요

최진 지금 남북관계는 휴화산처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임기 초반 ‘사실상 현 정부에는 대북정책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앞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전여옥 대북정책에서 열쇠를 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고 봅니다. 북한도 ‘비핵개방3000’을 비난하지만 사실 북한은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는가에 개의치 않습니다. 그 동안 돌이켜보면 대한민국 정부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일관되게 변화가 없습니다.

저는 이런 일관된 태도에 대해 우리도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핵개방3000’이 정책적으로 허술해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실천과 그 상대인 북한의 태도 때문에 정책을 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관건은 북한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방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대북정책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시장이니까요.

김부경 현 정부는 부디 선거 슬로건 차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한반도의 상황이 악화한 것에 대한 주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현 상황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면서 다음 단계까지 끌고 가야 하고,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몫입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가 능동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다는 것입니다. 북한과의 기싸움에서 이겨야겠다는 저급한 식의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따라서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 사이에서 분명한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여옥 저는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많은 시도를 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 대한 폄하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북한이 끝까지 변하지 않아요.

그저 한국은 경제적 지원만 해주는 하나의 물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북한의 그러한 일관적 태도로 인해 지난 정권의 대북정책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이제 미국과 중국을 통한 다각적 외교력으로 대북문제를 해결해야 할 단계라고 봅니다.

최진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지났고, 아직도 남은 기간이 많습니다.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부경 잘해야 합니다.(웃음) 흔히 대통령이 잘못해야 민주당이 차기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잘하고 못하는 것으로 미래의 선택이 나뉘다 보면 뭔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타협하려는 사람보다 대책 없이 극단적 소리만 내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이래서는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전여옥 이명박 대통령은 잘할 거예요. 위기에 강하니까요(웃음).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시기가 대통령을 각성시키고 오히려 분발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대통령이 큰 그림을 그리고, 큰 것에 집착했으면 합니다. 부자가 된 사람들은 작은 돈을 매일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산이 됐을 때 그것을 굴려 더 큰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논리가 전부는 아니지만 정치도 때로는 경제논리를 추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큰 그림을 보고 다양한 시각을 가지면 위기에 강한 대통령으로서 잘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진 끝으로, 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밀실에서 독대하게 된다면 대통령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부경 우선 대통령의 옛 동료들이었던 여의도 국회와 한나라당에 대해 믿음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가 복원돼야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전파됩니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 대통령의 의지를 같이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그래야 여야가 죽기살기로 싸우지도 않습니다.

전여옥 지엽적인 문제지만 동료들에 대한 채무의식에서 벗어나라고 하고 싶네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그 지지세력에 해준 가장 큰 것은 정권교체였습니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제 대통령을 지지한 세력뿐 아니라 여의도에 대한 생각은 다 비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자유롭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최진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흥택 기자 htoh@joongang.co.kr 사진■정치호 월간중앙 사진기자 [todeho@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