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시아와 손잡는 일본 대학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 대학들이 아시아 대학들과의 협력과 아시아 연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우수한 아시아 학생들을 받아들여 급격한 저출산에 따른 신입생 감소 현상을 해소하고, 학교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현재의 약 12만 명에서 30만 명까지 늘리려는 일본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 유학생들이 ‘지일파’가 됨으로써 아시아에서 일본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란 기대도 담겨 있다. 명문 국립대 도호쿠(東北)대 대학원 공학연구과는 지난해 12월 하노이 공과대와 포괄 협정을 맺고 상호 학점 인정과 교환학생 제도, 공동연구 수행을 하기로 했다. 또 올 3월부터 현지에서 극소전기시스템(MEMS) 세미나를 열고 학생·교수 교류도 추진한다. 도호쿠대 관계자는 “서로에게 장점이 크다. 대학원도 대학과 마찬가지로 지금부터는 생존을 걸고 우수한 인재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노이대는 도호쿠대 이외에도 리쓰메이칸(立命館)대·게이오(慶應)대·신슈(信州)대 등 10개 일본 대학과 학술 협정을 맺고 있다. 하노이대 측은 “일본 대학들은 선진 기술을 제공하고, 일본 정부는 개발원조(ODA)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혜택이 크다”고 밝혔다. 하노이대는 이를 위해 2006년 9월부터 일본어가 가능한 전문 정보통신(IT) 인력 육성을 위한 특별 과정을 개설했다. 이 과정에서 2년간 기초 교육을 받은 120여 명 가운데 상위 20명은 리쓰메이칸·게이오대에서 2년간 유학할 수 있다.

히로시마(廣島)대는 지난해 태국 방콕의 추라론콩대와 협정을 맺고 공동으로 산학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 성장으로 자동차·전기·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산업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태국 대학들과 제휴하면 국제적인 산학 연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문 사학 와세다(早稻田)대는 캠퍼스의 국제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3000명씩 오가고 있는 재학생과 외국인 교환 학생 규모를 10년 내에 8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입생 1만2000명의 약 3분의 2 규모다. 이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이 24시간 캠퍼스에 머물면서 낮에는 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기숙사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어울리는 캠퍼스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특히 연구 분야에서 아시아 관련 국제화를 강화하기 위해 2005년 ‘아시아연구기구(OAS)’를 출범시켰다. 교내에서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연구소를 통합하고, 일부는 신설해 아시아 연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현재 산하 한국현대연구소·양쯔강유역 문화연구소·현대중국연구소 등 7개 연구소에서 도쿄대·교토(京都)대 다음으로 가장 많은 40명의 아시아 분야 교수가 활동하고 있다. 와세다대는 외부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해 수년 내 100명가량의 아시아 전문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어떤 나라 유학생도 불편 없는 캠퍼스가 목표”
와세다대 아시아연구기구장

“앞으로는 아시아의 시대가 열린다. 이에 대비해 아시아의 휴먼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자·대학원생은 물론 학생 차원의 네트워크도 매우 중요하다.”

오쿠지마 다카야스(奧島孝康·69·사진) 와세다대 아시아연구기구(OAS) 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2005년 출범한 OAS는 아시아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시아의 문제를 일본인의 시각만으로 보지 않고 아시아 각 지역의 전문가 시각에서도 공동 연구하는 것이 우리 기구의 특징”이라며 “일본 학문의 출발은 한국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역사·문화도 집중 연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쿠지마 기구장은 1994~2002년 와세다대 총장을 지냈다. 재임 당시부터 대학의 국제화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와세다대의 캠퍼스 국제화가 획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외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려면 생활에 불편이 없어야 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 학생이라도 와세다에 오면 24시간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주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OAS 연구의 특징은.

“각국 문화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아시아의 문제를 아시아의 시각에서도 공동 연구함으로써 인간적 신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동남아시아·아시아문화 등 3개의 테마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아시아가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 공동체로 통합할 가능성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효과가 있는가.

“우리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휴먼 네트워크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영국 등 유럽에서도 공동 연구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또 문부과학성이 구축 중인 현대 중국·이슬람 연구 거점 프로젝트에서 와세다가 핵심으로 선발됐다. ”

-한국에 대해선 무엇을 연구하나.

“일본의 아시아 연구에서 한국의 역사·문화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침략의 역사적 사실은 직시하되 반성을 토대로 다음 세대가 서로 돕고 공생하는 아시아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